아모레퍼시픽은 국내 화장품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다. 최근 3년 동안 매출이 연평균 15% 이상 불어났다. 올 1분기에도 처음 적용한 국제회계기준(IFRS) 매출이 6921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8%,영업이익은 1480억원으로 10.8% 증가했다. 최근 실적을 보면 경기사이클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고 외형을 확대해가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에서도 주가수익비율(PER) 등 투자지표들이 고공비행하는 데서 보듯 기업가치를 높이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아모레퍼시픽이 프리미엄 제품과 성장잠재력이 큰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 특히 선전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사의 강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화장품산업에 집중하는 국내 최대의 정통 화장품 전문회사라는 입지를 구축했다는 점이다. 아모레퍼시픽은 1990년대에 일찌감치 금융 건설 등 비화장품 계열사를 매각하는 계열사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화장품 관련 산업에 집중한 덕분에 외환위기를 어렵지 않게 극복하고 화장품 산업에서 경쟁력을 확대하게 됐다. 연구개발에 집중하면서 기능성 화장품의 출현을 선도했고,기존에 없던 한방 개념의 고부가가치 브랜드인 설화수도 론칭했다.

둘째,경영 투명성이 높다. 아모레퍼시픽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함에 따라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제고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화장품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재무구조를 건실하게 가져가는 의사결정도 투명경영의 결과로 볼 수 있다.

셋째,고객별로 다양한 브랜드와 판매채널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사업안정성을 높인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설화수,라네즈,마몽드 등 고객층별 브랜드 파워가 대부분 업계 1위이며,유통채널 측면에서도 백화점,방문판매,전문점,온라인 등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게 브랜드와 유통채널의 포트폴리오가 고르게 갖춰지면 경기변동에 따라 소비자의 요구가 변하거나,유통환경이나 제도가 바뀔 경우 잘 대처할 수 있다.

넷째,건강미용식품(뷰티푸드) 부문의 잠재 성장성도 높다. 아모레퍼시픽은 피부관리에 필요한 건강미용식품을 개발,판매하고 계열사인 태평양제약에서도 제품을 생산해 시너지를 발휘하고 있다. 또 제약업계에서 판매 중인 건강보조식품에 화장품 개념의 건강미용식품 컨셉트를 도입해 관련 시장을 선점해 가고 있다.

다섯째,국내 화장품시장에서 해외 브랜드 대비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내 화장품시장은 수입제품에 완전 개방된 상태다. 전문점이나 방판채널에서는 수입화장품 업체들이 영업활동을 펼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백화점 채널에서는 경쟁조건이 비슷해 비교적 공정한 경쟁이 이뤄진다.

그런데도 아모레퍼시픽은 백화점에서 다국적 화장품회사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 15% 내외로 업계 1위다. 그만큼 브랜드 파워와 마케팅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여섯째,중국 등 아시아시장에서의 높은 성장 잠재력도 주목할 만하다. '한류'가 아시아문화를 선도하고 있고,성형의료,미용 등에서도 한국은 아시아인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국 여성들의 화장방법이 아시아 여성들로부터 인정받는 상황이어서 한국 화장품도 한류 붐에 동참해 수혜를 입을 전망이다.

끝으로 연구개발 부문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이 회사는 초현대식 연구소를 건설하고 화장품에 관한 다양한 연구과제를 수행 중이다. 사업보고서 상에서 보면 지난해 연구개발비로 645억원을 지출했다. 매출의 3.13%에 달하는 수준이다.

반면 약점도 있다. 국내 화장인구의 증가속도가 둔화돼 화장품 수요는 성숙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평가된다. 또 여성들의 사회참여 증가로 인해 방문판매 채널 성장이 정체되고,후발 화장품사의 방판 채널 진입이 늘어 매출증가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하태기 SK증권 기업분석팀 연구위원 tgha@s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