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을 그림으로 보지 말고 그 속에서 선율을 느끼라고 했던 칸딘스키의 말을 실천하는 게 꿈입니다. 미술이란 눈에 보이지 않는 소리를 재료로 하는 음악이기도 하지요. 2년간의 우여곡절 끝에 전시공간을 마련했네요. 감회가 새롭습니다. "

음악과 미술이 어우러진 신개념 문화공간을 지향하며 19일 개관하는 갤러리 에뽀끄의 김희정 대표(52 · 사진)는 문화 메세나 활동을 막 시작한 최고경영자다.

그는 "재산을 쏟아부으면서 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은 21세기 문화 경영의 중요성을 간파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에뽀끄는 그가 2년간 공을 들여 서울 재동에 200㎡(약 60평) 규모로 만든 복합 전시공간이다.

"현대인들의 기본적인 욕구인 보고 듣고 말할 수 있는 문화공간을 만들고 싶었죠.뮤지컬 갈라쇼 '영웅'을 기획한 동경채 씨에게 조언도 구했습니다. "

시각예술과 음악의 융합을 통해 미술 대중화를 이끌겠다는 그는 "무미건조한 삶에 지친 현대인에게 좀 더 풍요로운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고 싶다"며 "기업이 미술관을 개관한다면 일반인들이 쉽게 수긍하겠지만 개인이 메세나 형식의 전시관을 개관한다면 의외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술과 음악의 통합공간'이라는 의외성을 통해 애호가들의 관심을 유도하고 이를 통해 고객과 소통하는 문화 공간을 키워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술과 음악은 상반된 것 같지만 의외로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예요. 알찬 기획전을 통해 화가들의 호응을 얻으면서 갤러리 이미지를 높이고 관람객의 상상력까지 자극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단순히 그림을 파는 것이 아니라 예술적 문화가 담긴 작품을 즐기는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게 아트 마케팅의 힘이라는 얘기다.

"미술 사업과 인연을 맺은 것은 1995년 상반기예요. 화가들의 작품을 사람들과 공유하는 '사회적 나눔'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원래 미술에 관심이 있지만 초보적인 수준이죠.전시공간 설립에 드는 재원이 만만찮더군요. 그동안 직장생활하며 모은 재산을 활용했어요. "

김 대표는 개관전으로 한국화가 석철주 씨를 비롯해 황주리 정일 이이남 김덕기 금동원 씨 등 인기 화가 7명의 작품을 감상하며 클래식 음악도 즐길 수 있는 이색 '음중미담(音中美談)'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번 전시의 테마 음악은 멘델스존의 무언가(無言歌) 중에서 '봄의 노래'와 슈만의 '즐거운 농부',슈베르트의 명곡 '숭어'로 정했다. 출품작 30여점 역시 화가들이 이 곡을 듣고 독창적으로 묘사한 작품들이다. 19일 오후 6시에는 이완이(첼로) 이재완(피아노) 김수연(바이올린) 씨가 참여하는 음악회가 열린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