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7일 4일간의 일정으로 아일랜드를 국빈 방문했다.아일랜드 공화주의자들의 테러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100년 만에 영국 국왕의 아일랜드 방문이 성사된 것이다.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의 초청으로 남편 필립공과 함께 아일랜드를 찾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대통령 관저에서 매컬리스 대통령과 엔다 케니 총리를 만났다.

이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아일랜드 추모공원을 찾아 묵념하고 헌화했다.추모공원은 과거 영국으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목숨을 바쳤던 아일랜드인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다.과거사를 뒤로 하고 미래를 향해 양국간 관계를 재정립해 나가자는 의지로 해석된다.아일랜드는 치열한 투쟁 끝에 1921년 영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을 쟁취했다.

영국 여왕의 참배가 이뤄지는 동안 추모공원 밖에는 수십여명이 모여 영국 국왕의 아일랜드 방문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영국 BBC방송은 여왕의 아일랜드 방문에 대해 아폴로11호의 달 착륙 당시 우주비행사 암스트롱의 말에 비유해 “여왕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양국간 역사에서는 엄청난 순간”이라고 표현했다.

엘리자베스 2세는 18일에는 매컬리스 대통령과 전쟁기념공원을 참배하고 크로크 파크 경기장 등을 찾을 예정이다.크로크 파크 경기장은 아일랜드 독립전쟁 당시인 1920년 영국군의 발포로 관중과 선수 14명이 숨진 곳이다.

한편 테러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지난 16일 밤 30명이 타고 있던 더블린행 버스에서 사제 폭발물이 발견돼 군당국이 해체 작업을 벌였다.17일 새벽에도 더블린 시내 한 정류장에서 폭발물로 보이는 물체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군당국이 출동했으나 가짜 폭탄으로 확인됐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