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난 부지런함으로 '천생 강화사람'으로 불리는 이동준 코리아골프앤아트빌리지 회장(70)이 고향을 찾았다. 그를 반갑게 맞은 이는 고향 후배인 안덕수 강화군수(64).두 사람은 강화의 이곳저곳을 함께 둘러보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기고 고향 발전에 대한 다양한 의견도 교환했다. 평소 숨가쁜 사업일정 속에서도 고향에 대한 애정만큼은 늘 가슴에 간직해왔다던 이 회장은 "교통인프라 개선과 관광시설 개발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개선해줄 것"을 안 군수에게 주문했다. 안 군수는 "교통인프라 확충에 노력하겠다"며 "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온천지대인 석모도와 교동도 교량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화답했다.

▼안덕수 군수=고향에 올 때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습니까.

▼이동준 회장=태어난 곳이 강화읍 국화리인데 고향 떠난 지 한참 만에 다시 와보니 마을이 저수지로 바뀌었더군요. 그런데 지금은 낚시터에 산책길이 조성된 덕에 주변 땅값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안 군수=저는 강화도 내가면 외포리 박골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는데 고향하면 늘 떠오르는 게 '어머니의 부지런함'입니다. 어릴 적 어머니가 주무시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밤늦게까지 바느질하고 날이 밝으면 밥 짓고 빨래하고 농사짓고 하루종일 일하셨지요. 어머님의 부지런함이 제 삶의 큰 교훈입니다.

▼이 회장=어릴 때 강화도 경제가 참 좋았던 걸로 기억납니다. 전국에서 서귀포 다음으로 좋았을 걸요.

▼안 군수=해방 이후 강화는 전국에서 가장 잘사는 고장이었습니다. 특산물인 인삼과 화문석이 돈벌이가 됐습니다. 서울에서 가까운 데다 강화사람들이 부지런하고 손재주가 좋아 인조 비단과 면을 짜는 방직공장들도 엄청 생겨났죠. 홍등가가 연일 흥청거릴 정도였으니까요. 그런데 인접지역인 김포에 서울 마포,용산 개발로 밀려난 가내수공업이 몰려들면서 교통 체증으로 물류수송에 한계가 오자 방직공장들이 수원과 대구로 내려가면서 지역경제도 내리막길을 걸었죠.

▼안 군수=이 회장은 강화가 규모 있는 경제도시로 발돋움하려면 인구가 20만명은 돼야 한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려면 교통부터 좋아야겠지요.

▼이 회장=남북교류가 활성화되면 강화는 물류와 관광레저산업의 중심지가 될 것으로 봐요. 인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강화도에 다리(연륙교)가 놓아져야 합니다. 그러면 개성공단 등의 제품 수송시간이 인천공항까지 10분 거리가 돼 수출이 원활해집니다. 고령화시대의 문화관광 주거단지로도 각광받을 수 있고요.

▼안 군수=이 회장은 일찍이 만성적 병목현상이 발생하는 강화대교의 교통난 해소책으로 강화 남단에 초지대교를 건설했다가 어려움에 처해 큰 손해를 봤는데.그때 고생이 참 많았지요.

▼이 회장=1992년 강화도 남단에 초지대교를 건설하다가 IMF를 맞아 중단했어요. 그때 손해액만 400억원에 이르렀지요. 대교가 잘되고 경기가 좋았다면 강화에 장학재단을 세우려고 했었는데 그렇게 못해서 지금도 고향에 빚진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안 군수=이 회장이 초지대교를 시작한 덕분에 그나마 교통소통이 전보다는 조금 나아진 편이에요. 인천시에서 초지대교 공사를 인수해 결국 다리 하나가 더 생겼죠.고향사람들은 참 고마운 분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회장=강화도는 요즘 보니까 조력발전소 등 종합개발계획을 추진한다고 하던데.

▼안 군수=강화는 전부 개인 소유땅으로 그대로 놔두면 난개발이 우려돼 종합개발계획을 세웠습니다. 수레의 양쪽바퀴처럼 보존할 것은 보존하고 개발이 필요한 곳은 개발하자는 취지였습니다. 강화 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심해 신재생에너지 생산시설의 최적지여서 조력발전소 건설도 추진 중입니다.

▼이 회장=강화에 개발사업이 이뤄져야 인구도 늘 텐데….강화는 관광객이 머물지 않고 하루 만에 되돌아가는 바람에 돈을 쓰고 갈 기회가 없어요. 교통사정이 안 좋고 숙박시설도 제대로 없어서죠.인천공항과 강화다리라도 연결된다면 이런 문제도 해결될 겁니다.

▼안 군수=강화의 역사성과 잘 보존된 자연생태환경의 특성을 살려 국립자연사박물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옥단지와 평화빌리지 조성도 추진 중인데 6개월이나 1년간 체험 거주생활을 할 수 있는 공간이 됩니다.

▼이 회장=강화는 석기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역사의 현장과 자연문화가 잘 보존된 곳이어서 스토리텔링만 잘하면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받을 겁니다. 저는 특히 강화에 의료관광사업을 하고 싶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헬스케어가 전망이 밝거든요. 고향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에 강화를 사업 최적지로 꼽고 준비 중입니다.




이동준 회장은, 골프에 예술 첫 접목…글로벌 의료관광 사업도

30대 초반인 1969년 '유성'이란 상호의 무역회사를 설립해 사업가의 길을 걸어왔다. 1971년 국내 최초로 철강재를 중동 등 해외에 수출했다. 일본,대만,북미 등에 목재까지 수출해 30대에 정부의 수출산업포장,철탑산업훈장,동탑산업훈장 등을 수상했다. 현재는 유성과 함께 코리아골프앤아트빌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1986년엔 경기도 기흥에 골드컨트리클럽을 오픈했다. 그 후 골프와 휴식 · 주거가 공존하는 문화 예술공간을 지향해 골프산업에 골프아트빌리지라는 신개념을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지금은 글로벌 의료관광 사업에 나서 글로벌 헬스케어와 복합휴양문화 관광지를 짓기 위해 경기도와 강원도에 부지를 확보해 놓았다. 40년 넘도록 수출입을 하면서 쌓아온 신용과 신뢰를 바탕으로 올해 국제중재학회가 수여하는 제15회 국제거래신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1940년생으로 경동고,건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CEO가 만난 고향 시장ㆍ군수] 안덕수 군수는, 농림부 축산국장ㆍ차관보 지내…강화군수 재선

1946년 강화군 내가면 외포리 박골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농림부 차관보를 끝으로 공직을 마감하고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소속으로 강화군수로 당선돼 지방행정에 발을 내디뎠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으로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강화 내가초등학교,강화중학교,동북고등학교를 나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09년 동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72년 행정고시에 합격한 후 경제기획원 행정사무관으로 공직을 시작,청와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과 유엔 세계식량농업기구 한국대표를 거쳐 농림부 축산국장,농림부 차관보를 지냈다. 농림부 감사관 시절 농림사업 예산 지원방식을 혁명적으로 바꿔 놓아 4~5개월 걸리던 예산 집행이 곧바로 집행되도록 했다. 축산국장시절에는 시장 개방에 대비,한우의 경쟁력 향상을 위해 전산화를 도입했다.



강화도=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