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다 10년 먼저 고령화를 경험하고 인생 2막 준비에 직면한 미국의 베이비부머들은 어떤 생활을 할까. 미국은 시니어들의 천국이니 골프를 치면서 여유 있게 즐기는 시니어들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과연 그럴까. 미국의 기업가정신 전문기관인 '카프만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1996년부터 2009년까지 매년 55~64세의 창업건수가 젊은 20~34세 창업보다 많았다. 이는 44~70세 미국 인구의 절반이 '앙코르 커리어'(지속적인 수입원,삶의 의미 추구,사회적 영향력 유지)를 갖춘 인생 2막에 대한 욕구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난 연구조사 결과와 일치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흔히 창업하면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나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와 같이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미국 시니어들은 '앙코르 커리어'를 외치며 창업을 인생 2막의 대안으로 여기고 있다.

미국이 시니어창업의 천국이 된 원인 중 하나는 시니어 창업을 위해 정부기관뿐만 아니라 다양한 전문 민간기관이 창업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청 아래 전국에 900개가 넘는 중소기업개발센터(SBDCS)가 있을 뿐더러 3500만명의 은퇴자 회원으로 구성된 미국은퇴자협회(AARP),전국노인협회(NCOA),비영리 시민단체 시빅 벤처스(civic ventures),퇴직 임원진으로 구성돼 창업컨설팅 업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스코어(SCORE)라는 단체 등 다양한 민간 지원기관이 운영되고 있다.

미국 시니어들은 각자의 필요에 따라 창업 준비기간은 물론 창업 중에도 창업지원 기관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올리베라 마코빅은 미국 국립보건원의 연구원이자 대학교수였으며,사업에는 문외한이었다. 1996년 창업을 결심하고 생물공학 연구개발을 시작했지만,창업 및 기업경영에 대해서는 전문지식이 부족했다.

따라서 2002년부터 중소기업청의 추천으로 중기청 산하 스코어 워싱턴DC 지부에 있는 전문 멘토로부터 컨설팅을 받으며 충분한 준비기간을 거쳐 성공적으로 창업할 수 있었다. 그가 세운 '바이오사이콘'은 자궁암과 관련된 세포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시약을 개발,시판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경력개발형 시니어창업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처럼 미국의 시니어들은 중기청의 창업지원제도를 적극 활용,성공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창업 멘토링 서비스를 이용해 부족한 창업경험의 단점을 보완하고,창업에 대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또한 중기청이 여는 각종 워크숍 및 세미나에 참석해 얻은 창업 정보와 인적 네트워크를 창업 후 회사경영에 활용하고 있다.

창업이 낯설고 두렵기만 한 우리나라 시니어들과는 대조적이다. '왕년에 업계에서 알아주는 나였는데,이 나이에 무슨 교육이야' 하며 망설이곤 하는데,고민과 망설임은 인생 2막 준비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창업지원기관의 문을 두드려라,그러면 인생 2막의 성공도 열리리라.'고민하는 시니어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이다.

김진수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