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의 주택 수요가 몰리면서 캐나다 제3의 도시인 밴쿠버의 집값이 치솟고 있다. 소득 수준 대비 집값은 이미 뉴욕과 런던을 추월했다.

블룸버그통신은 18일 "밴쿠버의 독립주택 타운하우스 콘도 등의 판매 건수가 지난 2~3월 8000여건에 달해 전년 동기에 비해 20~30% 증가했다"며 아시아인,특히 중국인들의 수요가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밴쿠버의 집값은 지난해 평균 14% 올랐다.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서부 웨스트사이드 지역은 최근 5년간 77% 폭등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부터 국내 부동산 가격을 누르기 위해 △보유 주택 수를 제한하고 △할부금 부담을 높이고 △일부 도시에서는 보유세를 도입하는 등 강력한 규제책을 시행 중이다. 이에 따라 많은 중국인들이 집을 사러 캐나다 미국 멕시코 영국 호주 등 해외로 나가고 있다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 중에서도 밴쿠버는 중국인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으로 꼽힌다. 인구 250만명의 밴쿠버는 이미 1990년대 홍콩 이민자들이 대거 몰리면서 거대한 아시아공동체가 형성돼 있는 곳이다. 밴쿠버의 서부 해안 지역인 리치먼드는 주민의 60%가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계라고 이 통신은 전했다. 웨스트사이드 웨스트밴쿠버 등도 교육시설이 뛰어나고 전형적인 서안해양성 기후여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에 비해 지진 리스크가 작은 것도 상대적으로 밴쿠버를 더 찾는 이유다.

캐나다의 '공공정책을 위한 프런티어센터'에 따르면 도시의 평균 집값을 평균 가계소득으로 나눈 집값부담 지수는 지난해 밴쿠버가 9.5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세계 325개 도시 중에서 홍콩(11.4) 시드니(9.6)에 이어 3위에 올랐다. 런던(7.2) 뉴욕(6.1)은 물론 캐나다 1,2위 도시인 토론토(5.1)와 몬트리올(5.2)보다도 훨씬 높았다. 밴쿠버의 평균 집값은 60만2000캐나다달러(6억7000만원)로 조사됐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