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청와대의 고민이 깊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 등 처리가 시급한 법안들은 산더미 같은데 국회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여당의 새 원내대표단은 청와대와 거리를 두고 있는 데다 당 지도부를 뽑기 위한 전당대회가 7월 초에 예정돼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18일 "6월에 시급하게 처리해야 할 법안을 뽑아보니 조금 과장해 책 한 권 분량"이라며 "그런데 한나라당 상황이 좋지 않아 부탁하기도 그렇고 기회를 봐 조용히 리스트를 건네려 한다"고 말했다. "법안처리가 제대로 될지 걱정이 앞선다"고도 했다. 당청 관계가 여의치 않은 터에 전대까지 예정돼 있어 의원들이 차분하게 법안을 논의할 상황이 되겠느냐는 우려다.

청와대는 처리가 시급한 대표적인 법안으로 △한 · 미 FTA 비준안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미디어렙(방송광고판매 대행사) 관련 법안 △국방개혁안 △법인세법안 등 50여개를 꼽았다.

특히 한 · 미 FTA 비준안은 민주당이 "이익의 균형점이 깨졌다"(김진표 원내대표)며 처리 반대를 외치고 있어 6월 국회에서 상정 자체가 힘들어 보인다.

남경필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장은 "미국이 한 · 미 FTA 비준안을 상원으로 넘기는 6월 말께나 비준안을 상임위에 상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6월 임시국회 처리는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미디어렙 설치 관련 법(방송법)의 경우는 여야 모두 당론조차 정하지 못해 6월 처리가 어려운 상황이다. 미디어렙 입법은 2008년 11월 헌법재판소가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방송광고 독점판매가 위헌"이라며 이를 민영회사가 포함되는 복수 경쟁체제로 바꾸도록 결정한 게 골자다. 그러나 국회는 2년 넘게 △1공영 다민영체제로 갈지 △1공영 1민영체제로 갈지 △다민영체제로 갈지도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전재희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은 "종편은 시작되는데 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처리되지 않으면 중소 미디어들이 광고시장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6월 중 법안을 반드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여당 새 지도부와의 관계도 걱정이다. 새 원내지도부가 청와대와 각을 세우고 있어서다. 실제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취임 일성으로 현 정부의 핵심정책인 감세 철회를 외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현재와 같은 기류에서 청와대가 뭐라 하면 당을 압박한다고 얘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뭐라 요청하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수진/홍영식/김형호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