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경제붕괴·자연재난보다 더 무서운 '소비의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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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이야기|애니 레너드 지음|김승진 옮김|김영사|500쪽|1만6000원
왜 고장난 TV를 고치는 것보다 새로 사는 게 돈이 덜 들까?많은 기업들은 '우리가 생산한 물건이 점점 더 빠르게 소비되고,버려지도록 해야 한다'는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 사람들이 제품을 가능한 한 빨리 버리고 새것을 사게 만들려는 계획적인 구식화 전략을 쓴다. 교체 주기의 단축은 이제 '빠르게' 정도가 아니라 '즉시' 새 제품으로 교체하도록 물건을 고안하는 전략까지 만들어냈다.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물건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물건의 일생을 집요하게 추적한 20분짜리 동영상 '물건이야기'는 발표되자마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경제붕괴,인구폭발,자연재난보다 더 파괴적인 진실이 물건의 이면에 숨어 있었던 것.
동영상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보강돼 같은 제목의 《물건이야기》가 출간됐고,전 세계 1000만명 이상이 이 동영상과 책을 봤다.
저자 애니 레너드는 '환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는 극찬을 받으며 2008년 미국 타임지의 환경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가 세계 자원의 30%를 소비하고,세계 폐기물의 30%를 내놓는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20여년간 전 세계의 쓰레기장,광산,공장,쇼핑몰,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티셔츠,깡통,칫솔,노트북 등 모든 물건이 무슨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버려진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 파헤쳤다. 또 소비 주도적인 우리의 삶을 자원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다섯 단계에 걸쳐 설명한다.
종이 1t을 만드는 데 98t의 각종 자원이 들어가고(추출),티셔츠 한 장에 필요한 면화를 얻는 데 물 970ℓ가 들어가고(생산),거대 화물선이 턱없이 싸게 값이 매겨진 물건들을 지구 반대편으로 운송하면서 내놓는 폐기물은 바다를 오염시키고(유통),11조 경제 규모에서 3분의 2가 소비재에 쓰이고(소비),이 대부분의 물건이 매립장으로 가기까지(폐기) 단계별로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용과 문제점을 밝혀낸 통찰력이 특히 빛난다.
저자는 팽창하는 경제 시스템을 한정된 지구 안에서 무한히 끌고 갈 수 없고,이미 한계에 바짝 다가섰다고 주장하면서도 일상 속 실천법을 제안하는 등 낙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우리 주변의 거의 모든 물건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물건의 일생을 집요하게 추적한 20분짜리 동영상 '물건이야기'는 발표되자마자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경제붕괴,인구폭발,자연재난보다 더 파괴적인 진실이 물건의 이면에 숨어 있었던 것.
동영상에서 다하지 못한 이야기가 보강돼 같은 제목의 《물건이야기》가 출간됐고,전 세계 1000만명 이상이 이 동영상과 책을 봤다.
저자 애니 레너드는 '환경의 정의를 다시 썼다'는 극찬을 받으며 2008년 미국 타임지의 환경 영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 책에 따르면 세계 인구의 5%가 세계 자원의 30%를 소비하고,세계 폐기물의 30%를 내놓는다. 저자는 이 책을 쓰기 위해 20여년간 전 세계의 쓰레기장,광산,공장,쇼핑몰,농장 등을 찾아다니며 티셔츠,깡통,칫솔,노트북 등 모든 물건이 무슨 원료로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지,어떻게 유통되고 소비되는지,버려진 후에는 어디로 가는지 파헤쳤다. 또 소비 주도적인 우리의 삶을 자원 추출,생산,유통,소비,폐기에 이르는 다섯 단계에 걸쳐 설명한다.
종이 1t을 만드는 데 98t의 각종 자원이 들어가고(추출),티셔츠 한 장에 필요한 면화를 얻는 데 물 970ℓ가 들어가고(생산),거대 화물선이 턱없이 싸게 값이 매겨진 물건들을 지구 반대편으로 운송하면서 내놓는 폐기물은 바다를 오염시키고(유통),11조 경제 규모에서 3분의 2가 소비재에 쓰이고(소비),이 대부분의 물건이 매립장으로 가기까지(폐기) 단계별로 숨겨진 어마어마한 비용과 문제점을 밝혀낸 통찰력이 특히 빛난다.
저자는 팽창하는 경제 시스템을 한정된 지구 안에서 무한히 끌고 갈 수 없고,이미 한계에 바짝 다가섰다고 주장하면서도 일상 속 실천법을 제안하는 등 낙관적인 시각을 잃지 않는다. '너무 늦기 전에 알아야 할 물건 이야기'라는 부제처럼.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