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아시아 '슈퍼 리치' 주말 홍콩에 총집결
중국 금융계 '큰손' 류이첸,왕웨이 부부는 지난해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쩡판즈(曾梵志)의 '가면' 시리즈를 43억원에 사들였다. 소더비 홍콩경매에서도 240억원어치를 샀다. 인도네시아 부호 위더야오(余德耀)는 장샤오강의 '창세편'을 62억원에 구입했다. 중국 상하이 민생은행도 류샤오동과 쩡판즈의 작품 수집에 170억원을 썼다.

이들을 비롯한 세계 미술계 큰손들이 이번 주말 홍콩에 집결한다. 세계 1위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를 비롯해 한국의 서울옥션과 K옥션,싱가포르의 라라사티,일본의 아시안아트옥션얼라이언스,중국의 한하이옥션이 아시아 경매 '빅 매치'를 벌이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화랑인 가고시안갤러리,화이트 큐브 등 36개국 260여개 화랑은 같은 기간 홍콩아트페어를 연다. 이들 행사에 몰리는 돈만 3000억원에 이른다. 매년 5월에 열리는 홍콩경매와 아트페어의 결과는 국제 미술시장의 흐름에 큰 영향을 준다. 뉴욕 런던과 함께 미술시장의 3대 축인 홍콩에 각국 슈퍼 리치가 모이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성장성 높아 '큰손'들 구매 행렬

홍콩 미술시장은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았다가 지난해부터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미술계는 성장성이 높은 홍콩시장을 겨냥해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다지고 아시아 시장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미술품 양도세가 없어 미국 · 유럽 · 화교권 컬렉터들에게 인기도 높다.

이학준 서울옥션 대표는 "중국과 아시아 현대미술 수요가 늘면서 화교를 비롯한 중동 인도 등의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크리스티는 오는 28~29일 홍콩컨벤션센터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 343점을 내놓는다. 장샤오강의 유화 '대가족-아버지와 아들'이 추정가 19억~27억원으로 이번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쩡판즈의 '가면'(7억~11억원),요시토모 나라의 '화난 소년'(7억6000만~9억원)도 새 주인을 찾는다. 한국 작가로는 백남준의 'TV는 키치다'(4억8900만~7억7000만원),이우환의 '점으로부터'(2억~2억8000만원),서도호의 '메탈 재킷'(2억8000만~4억원) 등 50점이 나온다.

◆홍콩아트페어에도 3000여점 출품

K옥션과 중국 한하이옥션,싱가포르 라라사티,일본 아시안아트옥션얼라이언스가 참여하는 연합경매(28일)에는 180여점이 나온다. K옥션은 추정가 9400만~1억5300만원인 이우환의 그림과 줄리안 오피,앤디 워홀,프란시스 베이컨 등 국내외 작가들의 작품을 출품한다. 서울옥션 경매에는 김환기(3점),이우환 (6점) 등의 작품 75점이 나온다.

홍콩아트페어에는 현대 미술품 3000여점이 전시된다. 한국에서는 갤러리 현대,국제갤러리,가나아트갤러리,학고재화랑,PKM갤러리,이원앤제이갤러리,아라리오갤러리 등 8곳이 참여한다.

배혜경 크리스티 한국사무소장은 "홍콩은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데다 글로벌 자본의 아시아 진출 전초기지로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