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로 재킷 모자 배낭을 다 맞췄죠.일단 '이름값'이 있지 않습니까. 품질도 좋고,디자인도 마음에 듭니다. "(최민석 씨 · 45 · 청계산) "다른 브랜드는 세탁기로 돌리면 실밥이 잘 풀어지던데,코오롱 제품은 안 그렇더라고요. 한두 푼짜리도 아닌데 품질을 안 따질 수 없죠."(김혜영 씨 · 55 · 북한산) "디자인이야 다들 좋지만 품질은 K2가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아웃도어 제품이 비싸지만 K2는 그만큼 값어치를 하죠."(황규영 씨 · 60 · 북한산) "오은선 대장 때문에 블랙야크에 눈길이 갑니다. 저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요즘 블랙야크 옷을 많이 사는 것 같습니다. "(이연희 씨 · 36 · 관악산) "여성들에겐 라푸마가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색상이나 디자인을 보세요. 평소 도심에서 입어도 딱이죠."(김희영 씨 · 33 · 수락산)

재킷ㆍ배낭, 노스페이스ㆍ코오롱 선두… K2ㆍ블랙야크 맹추격

◆재킷, 노스페이스 · 코오롱 경쟁

한국경제신문이 자체 조사한 결과 수도권 등산객들이 가장 많이 입은 재킷 브랜드는 노스페이스(19.8%)와 코오롱스포츠(18.9%)였다. 아웃도어 업계 1,2위 브랜드가 나란히 선두자리를 지킨 셈이다.

두 브랜드의 격차는 0.9%포인트에 불과했다. 작년 매출에선 노스페이스(5300억원)가 코오롱(4200억원)보다 25%가량 많지만 등산객 사이에선 별반 차이가 없었던 것이다. 노스페이스 관계자는 "매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는 10~20대 고객은 산에 잘 안 오르기 때문"이라며 "반면 코오롱스포츠는 '주말등산'을 즐기는 30대 이상 고객층이 두텁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스페이스 재킷은 '중 · 고교생의 교복'으로 불릴 정도로 10대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 다음은 K2코리아(13.7%)와 블랙야크(12.1%)가 차지했다. 두 회사는 지난해 매출도 각각 3100억원과 2500억원으로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이번 조사에서 이들 '빅4' 브랜드의 점유율은 64.5%에 달했다.

반면 블랙야크와 연 매출이 엇비슷한 컬럼비아는 다소 낮은 점유율(5.0%)을 보였다. 회사 관계자는 "컬럼비아는 부담없는 스타일 덕분에 평상복으로 구입하는 사람이 많다"며 "컬럼비아 제품 중에는 로고를 크게 드러내지 않은 게 많다는 것도 이번 조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파(4.9%) 아이더(2.3%) 라푸마(2.0%) 등 요즘 '뜨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들의 점유율은 그다지 높지 않았다. LG패션 관계자는 "LG패션이 라푸마 사업을 본격화한 기간이 2년6개월에 불과한 만큼 10년 이상 판매해온 다른 브랜드에 비해 누적 판매량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배낭 순위는 아웃도어 브랜드별 매출 랭킹과 비슷하게 나왔다. 재킷이나 등산화를 구입하기 위해 들른 매장에서 '곁다리'로 함께 구입하는 사례가 많은 데 따른 것이다.

◆등산화는 전문 브랜드 강세

등산화 부문에선 K2가 전체의 22.8%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코오롱(12.5%) 노스페이스(11.2%) 블랙야크(10.1%) 트렉스타(9.4%) 등 2위군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K2가 1978년 신발에서 출발한 등산화 전문 브랜드란 점을 소비자들이 높이 평가한 덕분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산에서 만난 김경배 씨(42)는 "의류와 배낭은 브랜드를 가리지 않고 구입하지만 등산화만큼은 꼭 K2에서 산다"며 "의류와 달리 등산화는 기능성이 생명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용재 K2코리아 브랜드마케팅팀장은 "다른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신발 매출 비중이 10% 안팎에 불과하지만 K2는 24%에 달한다"며 "K2 등산화에는 40년 노하우가 담겨 있는 만큼 다른 브랜드들이 쉽게 따라오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재킷과 배낭에선 순위권에 못 든 트렉스타가 등산화 부문에서 강세를 보인 것도 전문성 덕분이다. 1988년 문을 연 트렉스타는 국내는 물론 일본 미국 독일 등 20개국에 수출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토종 브랜드다.

아웃도어의 '지존'으로 불리는 노스페이스가 등산화에선 3위에 그친 것도 눈에 띈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에서 노스페이스는 전통적으로 신발보다는 의류 부문이 강했다"며 "지난해 신발팀을 대폭 강화한 만큼 조만간 등산화 부문에서도 최강자 반열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스포츠 브랜드인 나이키(4.6%)와 아디다스(1.6%)가 순위권에 든 것도 특징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까지 가지 않고 산책 삼아 산을 찾는 사람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