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가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연장전에서 우승했을 때 부둥켜안고 함께 울던 사람.그는 최경주를 그림자처럼 붙어 다니는 매니저 마이클 임(42)이다. 1999년 세계적인 매니지먼트회사 IMG에 입사한 뒤 12년째 최경주와 한솥밥을 먹고 있다. 한국남자프로골프 SK텔레콤오픈(총상금 9억원) 1라운드에 출전한 최경주를 따라다니는 그를 코스에서 만나 동행 인터뷰했다.

그는 가족보다 최경주와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1년에 8개월간 함께한다. 최경주의 우승이 확정되자 그간의 고생이 떠올라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최경주 양용은 박세리 이정연 이선희 등 여러 선수들을 함께 관리하다 2008년 8월부터 최경주만을 전담했다. 가장 힘든 시기에 함께 시간을 보내다 보니 고생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쳤다"고 말했다.

◆아이언 교체 · 퍼팅 레슨 주효

최경주는 지난해부터 컨디션이 좋아졌으나 계약을 맺고 있던 나이키클럽이 맞지 않아 고생했다. 마이클 임은 "나이키와 계약이 끝난 뒤 클럽을 찾기 위해 온갖 클럽을 다 써봤다. 마스터스에서도 아이언이 잘 맞지 않았다. 그러던 중 댈러스에서 피팅숍을 운영하는 교포가 추천한 '미우라' 아이언을 써보고는 감이 좋아 바로 교체했다"고 했다. 샷이 뜻대로 되자 자신감이 생겨났고 그동안 공을 들여온 모든 것들이 함께 맞아떨어졌다. 스윙 코치 스티븐 반과 노력한 결실도 드러나 드로든,페이드든 원하는 대로 샷이 됐다.

지난 2월에 만난 퍼팅 코치 팻 오브라이언의 '특별 레슨'도 효과적이었다.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페인 스튜어트의 친구인 오브라이언은 스튜어트 싱크와 잭 존슨의 퍼팅 코치.최경주가 배운 것은 지나치게 수그리는 퍼팅 자세를 세운 것.마이클 임은 "구부리고 퍼팅하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정렬이 흐트러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큰 고무공을 들고 있다는 느낌이 들도록 몸을 세우자 퍼팅이 몰라보게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최경주는 용품의 달인

최경주는 용품에 관한 한 박사다. 손으로 한 번 들어보고 무게가 이상하다고 알아낼 정도다. 그가 새로운 클럽을 과감하게 사용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대회장만 가면 용품사들이 클럽을 한 번 써달라고 줄을 선다. 하지만 최경주의 용품에 대한 식견을 접하면 기겁을 한다. 마이클 임은 "최경주 집 주차장에는 피팅 시설이 갖춰져 있다. 여기서 클럽을 수리하고 샤프트나 그립을 교체하는 일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경주의 미래 설계도 매니저 몫이다. "최경주는 주식이나 임대 수입 등을 통한 재테크에는 관심이 별로 없다. 돈은 노력한 만큼 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경주 재단을 활성화하려고 노력 중이다. 여기서 비즈니스로 돈을 벌어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 한다. 이를 위해 최근 말레이시아에서 첫 코스 설계를 맡기도 했다. 최경주는 투어에서 얻은 상금 일정액을 떼어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재난이나 빈국의 아동들을 돕는 활동을 꾸준히 지원하기 위해 '최경주 재단'을 한국과 미국에 각각 설립했다.

◆우즈와 '한국 욕' 주고 받는 사이

최경주는 타이거 우즈와 꽤 친한 사이다. 우즈는 최경주가 부탁하면 뭐든지 들어준다. 마이클 임은 "한 번은 최경주 아들이 미국 명문고 입학에 필요한 추천서를 부탁했는데 연습하다 중단하고 흔쾌히 사인을 해주기도 했다. 최경주 아들 학교에 자선 경매로 내놓는 물건에 친필 사인도 자주 해준다"고 말했다. 심지어 "우즈는 스탠퍼드대에서 알게 된 한국 친구로부터 욕을 배워 최경주한테 써먹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최경주는 이날 5언더파 67타로 선두 앤드 리 스톨츠(호주)에 1타 뒤진 공동 2위에 포진했다.

서귀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