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더바(Wunderbar · 놀랍군요)! 어린 학생들이 독일어를 이렇게 잘하다니."

19일 서울 주한 독일대사관저에선 한스 울리히 자이트 대사(가운데)가 전국 각지에서 선발된 20여명의 고교생과 만남을 가졌다. 독일에선 여성의 사회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 '걸스 데이(girls' day · 4월 넷째주 목요일)'를 정했지만 주한 독일대사관은 올해 처음으로 5월 셋째주 목요일을 '한 · 독 학생의 날'로 정하고 전국의 독일어 우수 학생을 뽑아 대사와 면담 자리를 마련했다.

자이트 대사가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고 있지만 이제 나이가 들어 외국어 배우기가 쉽지 않다"며 말문을 연 뒤 이날 미팅은 독일어로 진행됐다. 그가 독일어를 공부하게 된 계기를 묻자 김주희 양(용인외고3)은 "법학을 공부하고 싶은데 아버지가 독일어 공부를 권했다"고 답했다. 자이트 대사는 "한국 법대 교수 20%가량이 독일에서 공부했고 김황식 국무총리와 김선욱 이화여대 총장이 독일에서 유학했다"고 말했다. 경기여고 2학년 유진아 양이 남북 통일 전망을 묻자 자이트 대사는 "한국의 급속한 발전을 감안하면 30년 안에 서울에서 평양으로 KTX를 타고 가고,평양에 스타벅스와 파리바게뜨 매장이 들어서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외교관이 된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데이비드 베컴처럼 축구를 잘하지 못해서"라고 답하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2009년 자이트 대사가 부임한 이후 한국 고교생과 만남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