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경북 왜관에 고엽제 50t 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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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언론 보도…토양ㆍ지하수 오염 가능성 커
암ㆍ당뇨 등 유발…환경부, 사실 확인 요청
암ㆍ당뇨 등 유발…환경부, 사실 확인 요청
주한 미군이 1978년 경상북도 왜관의 미군기지에 50여t의 고엽제(에이전트 오렌지)를 묻었다는 주장이 미국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발암물질인 다량의 고엽제를 땅에 묻은 것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매장된 50여t의 고엽제가 토양과 지하수로 흘러들어 갔다면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병을 유발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배적인 분석이다.
◆55갤런짜리 250개 드럼통 묻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KPHO TV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방송에서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롤에 근무했던 주한미군 3명의 이 같은 증언 내용을 보도했다. 미군기지 캠프 캐롤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일대에 조성됐다.
캠프 캐롤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는 인터뷰에서 "1978년 어느날 처리할 게 있다면서 도랑을 파라고 했다"며 "파묻은 것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매장된 건 밝은 노란색과 오렌지색 글씨가 쓰인 55갤런짜리 드럼통들이었고,일부 드럼통에 '베트남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우스 씨는 묘사했다. 당시 하우스 씨와 같이 복무했던 로버트 트래비스 씨는 창고에 250개의 드럼통이 있었고,이 드럼통을 일일이 손으로 밀고 나와 묻었다고 증언했다.
드럼통 안에 든 물질은 '에이전트 오렌지'로,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고엽제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12종의 암과 신경장애,당뇨,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고엽제다. 1970년대 베트남전 당시 대량 살포돼 주민들과 참전군인들에게 심각한 육체적 후유증을 남긴 사용금지 화학물질이다.
◆암 등 치명적인 병 유발시켜
10년여간 벌어진 베트남전 당시 사용됐던 에이전트 오렌지는 총 7만t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주한 미군의 증언에 따르면 매장된 에이전트 오렌지는 총 50t이 넘는 규모로,베트남전에서 10년간 사용됐던 양의 7%가 넘는다. 일부는 트레일러째 파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에이전트 오렌지가 땅에 매장됐으면 토양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암을 비롯해 당뇨,신경장애 등 수많은 병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KPHO TV에 따르면 피터 폭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당시 매장됐던 에이전트 오렌지가 지하수를 오염시켜 음식 재료에까지 들어가 인근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산업의학과)는 "이런 물질이 인체에 서서히 축적되면 20~30년 후 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초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서서히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사실 확인 나서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곧바로 주한 미군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캠프캐럴 주변에 대해 지하수 등 오염을 확인하기 위한 환경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분과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공동 조사를 진행하고 사전답사 및 전문가 회의 개최를 통해 캠프 캐롤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엽제
베트남 전쟁에서 나뭇잎의 성장을 억제해 정글에서 적군의 근거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제초제다. 12종의 암을 비롯해 신경장애,당뇨,기형아 출산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55갤런짜리 250개 드럼통 묻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KPHO TV는 지난 16일(현지시간) 방송에서 경북 왜관의 미군기지 캠프 캐롤에 근무했던 주한미군 3명의 이 같은 증언 내용을 보도했다. 미군기지 캠프 캐롤은 1960년 5월 경북 칠곡군 왜관읍 왜관리 일대에 조성됐다.
캠프 캐롤에서 중장비 기사로 복무했던 스티브 하우스 씨는 인터뷰에서 "1978년 어느날 처리할 게 있다면서 도랑을 파라고 했다"며 "파묻은 것을 지금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매장된 건 밝은 노란색과 오렌지색 글씨가 쓰인 55갤런짜리 드럼통들이었고,일부 드럼통에 '베트남 컴파운드 오렌지'라고 적혀 있었다고 하우스 씨는 묘사했다. 당시 하우스 씨와 같이 복무했던 로버트 트래비스 씨는 창고에 250개의 드럼통이 있었고,이 드럼통을 일일이 손으로 밀고 나와 묻었다고 증언했다.
드럼통 안에 든 물질은 '에이전트 오렌지'로,미군이 베트남전에서 사용했던 고엽제다. 에이전트 오렌지는 12종의 암과 신경장애,당뇨,기형아 출산 등을 유발하는 맹독성 고엽제다. 1970년대 베트남전 당시 대량 살포돼 주민들과 참전군인들에게 심각한 육체적 후유증을 남긴 사용금지 화학물질이다.
◆암 등 치명적인 병 유발시켜
10년여간 벌어진 베트남전 당시 사용됐던 에이전트 오렌지는 총 7만t가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주한 미군의 증언에 따르면 매장된 에이전트 오렌지는 총 50t이 넘는 규모로,베트남전에서 10년간 사용됐던 양의 7%가 넘는다. 일부는 트레일러째 파묻은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정도로 많은 양의 에이전트 오렌지가 땅에 매장됐으면 토양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나아가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 암을 비롯해 당뇨,신경장애 등 수많은 병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KPHO TV에 따르면 피터 폭스 애리조나주립대 교수는 "당시 매장됐던 에이전트 오렌지가 지하수를 오염시켜 음식 재료에까지 들어가 인근 주민들에게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영수 한림대 의대 교수(산업의학과)는 "이런 물질이 인체에 서서히 축적되면 20~30년 후 암을 비롯한 치명적인 병을 유발시킬 수 있다"며 "초기에는 증상이 없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서서히 후유증이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사실 확인 나서
환경부는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진 직후 곧바로 주한 미군 측에 사실 확인을 요구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캠프캐럴 주변에 대해 지하수 등 오염을 확인하기 위한 환경조사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환경분과위원회와의 협의를 통해 공동 조사를 진행하고 사전답사 및 전문가 회의 개최를 통해 캠프 캐롤 주변지역에 대한 영향조사를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고엽제
베트남 전쟁에서 나뭇잎의 성장을 억제해 정글에서 적군의 근거지를 제거할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제초제다. 12종의 암을 비롯해 신경장애,당뇨,기형아 출산 등 인체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