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이른바 '전관예우'를 규제하겠다는 것이 실로 우습게 되고 말았다. 한쪽에선 고위 공직자들의 퇴직 후 로펌행을 제한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면서 다른 한쪽에선 퇴임 후 로펌에서 고문으로 일하던 사람을 국토해양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고 있다. 물론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 정권도,현 정권도 다를 게 없다. 우리는 여기서 로펌의 부도덕성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니다. 또 평생 쌓아온 전문 지식을 로펌에서 재활용하려는 퇴직 관료들의 행동을 일방적으로 매도할 생각도 없다. 로펌 고문 대부분이 전문직 출신이고 로펌들은 그들의 능력을 샀을 뿐이다. 로펌은 서로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간회사들에 다름 아니어서 윤리나 도덕의 잣대만으로 특정한 정책을 강요할 수도 없다.

문제는 왜 로펌의 로비가 부정적으로만 인식되고 퇴직 관료들이 왜 로펌에 들어갈 수밖에 없게 되었는가 하는 점이다. 로펌 고문의 태반은 공정위 금감원 국세청 등 소위 규제행정을 담당하는 힘센 부처 출신들이다. 규제행정의 토양 위에서 정부 권력이 강해질수록 규제와 권력의 틈을 헤집는 시장의 반응이 시도되는 것은 필연적이다. 강한 행정규제가 문제의 본질인데 오히려 도덕성 결핍이나 부정부패 혹은 모럴해저드 문제로 치환되고 있는 그런 상황이다.

우리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퇴직관료들의 로펌행을 막는 작위적 법을 만드는 것보다는 차라리 로비를 전면적으로 양성화하고 누구라도 공개적으로 등록해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특히 법조 브로커 사건,사행성 바다이야기 사건,그리고 청목회 사건에 이르기까지 무슨 일만 터지면 빠지지 않는 음성적인 로비 의혹을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그동안 수차에 걸쳐 로비 양성화 법안의 필요성이 제기돼 왔으나 번번이 좌절되고 말았다. 정치권 일각과 시민단체들은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이 법을 반대해왔다.

그러나 그 결과는 불법 로비의 홍수와 전관예우와 로펌들의 퇴직관료 영입 등으로 나타났다. 모든 것이 음지로 숨어버리고 만 것이다. 햇살 아래 투명한 로비활동을 보장하는 것만이 퇴직관료와 로펌의 도덕성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