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은 19일 "연기금 주주권 행사는 민간 기업의 경영권 간섭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곽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일각에서 연기금 주주권 행사를 하게 되면 경영권이 침해되는 것이 아니냐고 하는데 (연기금이) 등기이사 10명 중 1명 정도를 추천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는 말이 안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자신이 지난달 26일 "이건희 회장보다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높은 국민연금이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한 게 민간 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경영 간섭으로 해석되면서 파문이 일자 일단 한발 뒤로 물러선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대기업의 관료화를 지적하는 과정에서 삼성 등을 거론했는데 기업들이 경영권을 간섭하려는 의도라고 오해를 하더라"고 해명했다.

그는 다만 민간 기업에 대한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 자체는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곽 위원장은 "삼성이라는 굴지 기업의 경영권을 어떻게 간섭할 수 있겠느냐"며 "국민연금이 10년 또는 20년 앞을 내다보고 기업에 투자하고 적절하게 견제하면 기업의 가치와 함께 국민연금의 수익도 올라가 서로 '윈-윈'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에 외국인 지분이 적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을 우호지분으로 삼으면 민간 기업으로선 오히려 경영권 방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도 했다.

곽 위원장은 그렇지만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는 포스코와 KT 등 오너십이 부재상태인 기업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출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의) 문제의식은 주인 없는 기업들이 단기이익에 몰두하고,방만경영을 하는 것에서 비롯됐다"고 강조했다.

여권의 핵심 관계자도 "현 정부 출범 초기부터 주인 없는 대기업들에서 일부 경영진의 횡포가 심각한 반면,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문제점을 인식해 연기금을 통한 의결권 행사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들 기업의 경영에 적극적으로 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곽 위원장은 민간기업의 '관치'우려에 대해 "연금기금운용위원회 밑에 의결권행사위원회를 두고 민간 전문가로 채워 완전 민영화를 통해 관치 우려를 없애자는 게 미래기획위원회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서 내년 주주총회부터 주주권 행사를 목표로 관련 작업을 해나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청와대와 교감 여부에 대해 그는 "조율을 하고,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그렇지만 청와대 관계자와 곽 위원장은 지난달 곽 위원장의 발언 파문이 일어난 직후 만나 연기금 주주권 행사에 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곽 위원장이 오너가 없는 기업이 1차적인 타깃이라며 다소 후퇴한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청와대와 물밑 조율한 결과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