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출범한 국제통화기금(IMF)은 그동안 글로벌 경제의 '파수꾼' 역할을 자처해왔다. 1997년 외환위기 때 구제금융을 받은 한국인들에게 IMF는 뼈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가 불거진 이후 IMF는 유럽연합(EU)과 함께 글로벌 경제위기를 적극적으로 진화하며 위상이 더욱 높아졌다.

29개 회원국으로 시작한 IMF는 현재 187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글로벌 기구로 성장했다. 특히 세계경제 권력이 주요 8개국(G8) 중심에서 주요 20개국(G20)으로 이동하면서 G20 정상회의가 정례화된 가운데 정상회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실무는 IMF가 대부분 맡고 있다. IMF 역대 최대 파워를 갖게 된 것이다. 이사회를 중심으로 시스템적으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이런 IMF의 총재직을 신흥국이 차지하면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신흥국은 IMF의 유로존 재정위기 지원 자금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최근 IMF가 전 세계적으로 지원하는 구제금융 중 46%가 유로존에 투입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IMF는 그동안 동아시아와 남미 등에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급격한 긴축정책을 요구해 해당 국가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아왔다.

유럽 미국 일본 등 기존 경제강국 출신들 위주로 구성된 IMF의 스태프 등 인적 구성도 신흥국가에 더 많이 개방되는 변화가 올 수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