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관계자들은 얼마 전부터 삼보상호저축은행을 두고 "골치 아프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명색이 금융회사인데 예금과 대출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고 있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털어놓고 있다.

19일 찾아간 서울 봉천동 소재 삼보저축은행은 일반적인 저축은행의 모습이라고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 예 · 적금 및 대출 업무 등을 위한 상담 창구는 눈에 띄지 않았다. 5명 남짓 직원이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기자가 지켜본 3시간 동안 찾아온 손님은 한 명도 없었다. 공식 홈페이지에서도 예금 및 대출 상품에 대한 안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삼보저축은행의 개점 휴업은 천일고속 계열 한일유통이 1997년 이 회사를 인수한 이후 시작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00년 1443억원에 달했던 자산 규모는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지난해 말 현재 284억원으로 자산 규모 기준으로 전체 98개 저축은행 중 최하위다. 지난해 말 기준 수신이 36억원,여신은 39억원에 불과하다.

예금 업무를 정상적으로 하지 않는 삼보저축은행은 서울권 저축은행에서 가장 낮은 금리를 유지해왔다. 2005년 말부터는 일반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현재 정기예금 금리는 연 3.0%로 연 4% 안팎인 시중은행보다도 낮다. 대출 업무 등을 하지 않다 보니 위험자산이 거의 없어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94.22%에 달한다. 감독당국이 요구하고 있는 것은 5% 이상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보저축은행이 10년째 간판만 내 건 채 정상 영업을 하지 않고 있어 두 차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건전성 문제나 법 위반 사례가 없어 그동안 제재를 하지 못했지만 최근 저축은행 설립 목적에 위반된다고 판단하고 경고했다"고 설명했다.

상호저축은행법은 영리를 목적으로 예 · 적금의 수입 및 자금의 대출 등 업무를 계속적으로 하려는 자에 대해 금융위원회로부터 인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당국 관계자는 "(삼보저축은행은) 사실상 영업을 중단함으로써 상호저축은행의 설립 목적을 위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하회성 삼보저축은행장은 "2006년부터 매각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며 "매각 문제 때문에 영업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영업을 하다 오히려 손실을 입어 가치가 떨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는 게 회사 측 입장이다. 그는 "우리는 부실 금융회사가 아니다"며 "단지 영업을 안한다는 이유로 금융당국이 우리에게 어떻게 하라 마라 뭐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삼보저축은행 대주주들이 경영권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높게 부르고 있어 매각도 안 되고 정상영업도 안 되는 상황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라고 전했다.

금융당국은 삼보저축은행 측의 향후 행태를 지켜본 뒤 하반기에도 제대로 영업을 하지 않을 경우 인 · 허가권을 반납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영업정지가 아닌 상호저축은행법 설립 목적 위반으로 인 · 허가권 회수를 고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일규/안대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