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주식시장이 체력 저하를 드러내면서 비틀대고 있다. 전날 반등에 성공했던 코스피지수는 19일 40.27포인트(1.89%) 떨어진 2095.51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매도 규모를 늘리면서 코스피지수는 4월12일(2089.40) 이후 한 달여 만에 2100선이 무너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만 3812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프로그램으로도 73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장 초반까지 개인 매수세에 힘입어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했던 현대차와 화학 조선주들이 하락세로 급반전하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둔화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는 상황이라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쉽게 잦아들 것 같지 않다며 당분간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중론 우세 속 낙관론도

이달 조정으로 한국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0배 이하로 떨어졌다. 하지만 시장은 가격 메리트보다는 글로벌경기의 둔화 가능성 등 불확실성에 붙잡혀 있는 형국이다. 신중론으로 돌아선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많아졌다.

이재만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미국과 중국의 경기 모멘텀이 둔화되면서 국내 기업의 하반기 성장성에도 적신호가 켜졌다"며 "국내 증시를 낙관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외국인이 최근 들어 한국 등 이머징 시장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등 위험자산 축소 분위기를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장기 투자자인 미국계 자금은 지난 1월 2조7000억원 순매수한 것을 정점으로 한국증시 투자를 줄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현대증권 IBK투자증권 등도 간헐적인 반등이 주도주에 그치고 있는 점을 들어 앞으로 2100선 밑에서 바닥을 다지는 과정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우리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대우증권 등은 연간 코스피지수 전망을 잇달아 상향 조정하면서 내달 중순 이후 추세가 반전될 것이란 쪽에 무게를 뒀다. 우리투자증권은 연간 코스피지수 목표를 2420에서 2600선으로 높여잡았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3~4월을 고점으로 물가 상승률은 낮아지고 있으며 기업 실적도 3~4분기에 더 좋아질 것"이라며 "주가는 위쪽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외국인의 '변심'언제까지?

특별한 악재가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지수를 끌어내리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3812억원의 주식을 내다팔았다. 프로그램으로도 7300억원 넘게 순매도했다. 이날 전체 프로그램은 비차익거래(5607억원)를 포함해 8487억원 매도 우위를 나타냈다. 지난 12일 옵션만기일을 포함해 최근 8거래일간 프로그램 매물은 5조원에 달한다. 이는 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의 포지션 변화로도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를 비롯한 이머징(신흥국)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이 국가별 포트폴리오 비중 조절에 나선 것으로 해석했다. 이석경 우리투자증권 해외세일즈팀 차장은 "홍콩에서 운용되는 18억달러 규모의 펀드가 선진국 비중을 늘리는 한편 이머징 내에서도 한국 대만 등을 팔고 호주 비중을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며 "매도 규모가 커지자 기존에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외국인도 서둘러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최근 한국에 대한 투자의견을 낮춘 골드만삭스 등이 주요 매도주체로 거론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16일 "아시아 증시 내 한국의 상대적인 매력도가 낮아졌다"며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에서 '시장 비중'으로 하향 조정했다.

손성태/강지연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