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19일 내놓은 주식워런트증권(ELW) 시장 건전화 대책은 핵심내용이 두 페이지에 불과하다. 지난해 11월 1차 건전화대책에 비하면 내용도 간결하다. 하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당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클 것으로 전망된다. 1500만원의 기본예탁금이 의무화되면 '소액투자'라는 ELW 상품의 최대 매력이 거의 사라지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 수사의 타깃이었던 스캘퍼(초단타매매자)를 막는 데는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옵션처럼 1500만원 예탁금 의무화

ELW는 옵션과 유사한 상품이지만 예탁금이 따로 없어 레버리지(소액으로 큰 수익) 효과를 노리는 소액투자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어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 11월 투자 전에 1시간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건전화 대책을 내놨지만 과열과 혼탁을 막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난 3월 검찰이 ELW시장의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대대적인 수사에 착수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서다.

1500만원의 예탁금이 적용되면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외국계 증권사 마케팅 담당임원은 "ELW는 개인 대상 영업이라 마케팅비가 많이 든다"며 "최근 경쟁격화로 마진도 낮아져 거래가 줄면 수익성 악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A증권사 전문가는 "ELW는 헤지 비용 때문에 동일 조건의 옵션보다 비싸다"며 "ELW 인기에 밀려 거래 씨가 말랐던 주식옵션이 새로 부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도박성 극외가격 상품도 제한

행사 가능성이 낮은 '극외가격(시장가격이 행사가격보다 낮아 수익이 나지 않은 상태)'ELW의 발행도 제한된다. 수익 가능성이 적지만 한번 권리가 행사되면 큰 수익이 가능해 '도박'과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을 의식한 조치다. 이에 따라 '패리티(기초자산 가격과 권리행사 가격 간 비율)'가 85% 미만인 극외가격 종목은 신규 발행이 제한된다.

거래소는 또 동일 구조의 옵션 대비 ELW의 할증률 현황을 주기적으로 공표해 옵션과의 가격 격차를 좁혀가기로 했다. 유동성공급자(LP)들이 호가를 책정하는 ELW시장 특성상 가격이 비싸게 매겨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동일한 옵션과 비교하기 쉽게 지수ELW의 최종거래일을 옵션만기일과 맞추는 한편,전환비율(ELW 1주로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를 나타내는 비율)은 100으로 통일한다. LP의 임의적인 가격 변동을 막기 위해 내재변동성 평가 비중도 강화된다. 거래소는 오는 7월부터 이 같은 사항을 시행하되,시스템 보완이 필요한 사항은 3분기 이후 본격화할 방침이다.

◆옵션거래에도 '불똥'

ELW시장의 진입장벽이 높아져 초보투자자들의 무분별한 피해는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불공정거래를 근본적으로 막는 데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하루에 몇십억원을 굴리는 스캘퍼들에게는 1500만원의 예탁금이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B증권사 연구원은 "ELW거래 회전율을 몇회 이하로 규제하거나 거래대금을 제한하는 등의 더 손쉬운 방법도 있다"며 "옵션과 엄연히 다른 상품에 똑같은 예탁금을 매기는 것은 형평성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의 불똥이 옵션시장으로 튄 것도 논란거리다. 옵션 매수 때도 기본 예탁금 1500만원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주로 개인들이 옵션매수전용계좌를 텄다는 점에서 시장 유동성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중호 동양종금증권 연구원은 "ELW와의 형평성 때문에 옵션매수전용계좌가 사라지는 것은 난센스"라며 "유력한 하나의 헤지 수단이 약화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ELW

equity linked warrant.주식워런트증권.주식과 주가지수 등 기초자산을 사전에 정해진 미래 시점과 가격에 사거나(콜) 팔(풋) 수 있는 권리(옵션)를 부여한 상품이다.


◆ 외가격

OTM(out of the money).현재 옵션이나 ELW의 권리를 행사하더라도 행사 가치가 없는 상태다. 콜옵션에서는 기초자산 가격이 권리행사 가격보다 낮을 때가 외가격이다. 행사 가능성이 낮아 가격이 저렴한 대신 행사가치가 생기면(내가격) 큰 수익이 가능하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