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만큼 보이고 보면 사랑하게 되는…와인메카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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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도 와인기행(上)
햇볕·바람·땅 '천혜의 테루아'…장인들 손 거쳐 '작품'으로
프랑스 전체 포도밭의 14%…샤토만 1만여개 '포도의 나라'
스파호텔까지 갖춘 관광지로
햇볕·바람·땅 '천혜의 테루아'…장인들 손 거쳐 '작품'으로
프랑스 전체 포도밭의 14%…샤토만 1만여개 '포도의 나라'
스파호텔까지 갖춘 관광지로
'와인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가장 와인 생산량이 많고 고급 와인 산지로 유명한 남서부 보르도 지방.보르도 시에서 북쪽으로 1시간쯤 달리자 지롱드 강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샤토 브라네르 뒤크뤼가 자리잡고 있다. 이 샤토의 주인 파트릭 마로토 씨는 "여기는 자갈과 모래 위주에 진흙이 약간 섞인 토양"이라며 "토양의 성질에 맞게 카베르네 소비뇽 품종을 60%,메를로 · 카베르네 프랑 · 프티 베르도는 10%씩만 심는다"고 설명한다.
◆와인 맛의 비결은 天 · 地 · 人의 조화
여러 가지 품종을 각기 다른 비율로 재배하는 것은 토양에 따라 잘 자라는 품종이 다르기 때문.프랑스 중부 내륙에서 흘러온 가론강과 도르노뉴강이 합류해 대서양으로 흐르는 지롱드강은 토양의 확연한 경계선이다.
지롱드강의 좌안(左岸)은 자갈 · 모래가 많아 배수가 잘되고 밤에도 자갈의 보온을 해주는 데 비해 우안(右岸)은 진흙이 많아 온도가 낮다. 그래서 좌안에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심고,우안에는 찬 곳을 좋아하는 메를로를 주로 심는다.
좌안의 메독,마고,오메독,생줄리앙,페샥 레오냥 등이 우안의 생테밀리옹,포므롤,코트 드 카스티용 등과 다른 맛을 내는 건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샤토들은 하나의 품종만 심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여러 품종을 심어 블렌딩함으로써 독특한 와인의 향과 맛을 낸다.
지난 7일 저녁 샤토 브레네르 뒤크뤼에서 와인애호가 초청 만찬이 열렸다. 보르도의 고급 와인 중에서도 특급 대우를 받는 '그랑 크뤼 클라세'인 이 샤토를 애호가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포도밭과 와인 양조 · 숙성 창고를 보여주고 시음 행사도 마련했다. 2008년 산 뒤뤽에 이어 아직 숙성 중인 2010년 산 와인도 내왔다.
마로토 씨는 "스트럭처(구조감)가 너무 강한 와인보다는 과일향이 잘 스며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은데 농사니까 마음대로 안 될 때가 많다"며 "수확된 포도의 성격에 맞는 와인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와인의 품질은 토양과 기후,노하우가 결정짓는다"며 "와인은 정직하다"고 했다. 와인은 기후 · 토양 · 사람의 천 · 지 · 인(天 · 地 · 人)이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유서 깊은 샤토들,관광지로도 인기
다음날 방문한 보르도 시 남쪽 페샥 레오냥의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가론강의 좌안에 있는 와이너리인데 이곳 역시 자갈 토양이다. 이 샤토는 드라마 '떼루아'의 촬영지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스키 국가대표 출신인 주인 부부의 전력이 화려하다.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으로 큰 돈을 번 다니엘 · 플로랑스 캬티아르 부부는 1800년대 말 프랑스 5대 샤토였다가 퇴락한 이 샤토를 15년 전 사들여 대규모 투자를 통해 스파호텔까지 갖춘 명소로 만들었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6만2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커다란 수조와 분수,넝쿨포도가 초록으로 뒤덮은 샤토 건물은 절로 셔터를 누르게 한다. 시음 전용 공간과 1800년대 와인까지 보관하고 있는 지하 와이너리,오래된 성채 같은 샤토 본관에서 즐기는 오찬까지 감동의 연속이다.
이어 찾아간 곳은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에서 5분 거리인 샤토 라 루비에르와 소테른 지역의 샤토 시걀라 라보.샤토 라 루비에르는11개 샤토에서 35개 브랜드의 와인을 생산하는 앙드레 루통 그룹의 소유지다. 1956년부터 와인산업에 뛰어든 앙드레 루통 회장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와인산업을 다시 일으킨 '와인제국'의 황제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샤토 루비에르 하나의 포도 재배 면적만 65ha.그것도 포도밭 전체가 한 덩어리여서 광활하기 이를데 없다.
이 샤토는 프랑스 혁명 전까지는 성바오로수도회의 소유였다가 혁명 후 공화당이 장악했고 이후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현재 샤토 건물은 1780년대에 지은 건물이다. 다음날 가론강과 도르도뉴강 사이의 지역인 '앙트르 루 메르'에 있는 샤토 보네에서 루통 회장과 함께하기로 한 오찬이 기대된다.
보르도(프랑스)=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여행팁
보르도의 포도밭은 12만2000여ha,샤토는 1만개에 달한다. 프랑스 전체 포도밭의 14%,전 세계 포도밭의 1.5%를 차지한다. 매년 프랑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7000만명 중 와인 관광객이 700만명,그 중 300만명 이상이 보르도를 찾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르도 시내에 있는 보르도 관광사무소(www.bordeaux-tourisme.com) 앞에는 각 샤토로 떠나는 관광버스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관광사무소 측은 길 건너편의 와인아카데미인 '에콜 뒤 뱅'에서 2시간의 입문교육을 한 후 매일 오후 가이드 동반 투어를 운영한다. 각 샤토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방문 허락을 받으면 뜻밖의 환대를 받을 수도 있다. 프랑스농식품공사 한국사무소(SOPEXA,www.sopexa.co.kr)에 문의해도 된다. (02)554-9242
◆와인 맛의 비결은 天 · 地 · 人의 조화
여러 가지 품종을 각기 다른 비율로 재배하는 것은 토양에 따라 잘 자라는 품종이 다르기 때문.프랑스 중부 내륙에서 흘러온 가론강과 도르노뉴강이 합류해 대서양으로 흐르는 지롱드강은 토양의 확연한 경계선이다.
지롱드강의 좌안(左岸)은 자갈 · 모래가 많아 배수가 잘되고 밤에도 자갈의 보온을 해주는 데 비해 우안(右岸)은 진흙이 많아 온도가 낮다. 그래서 좌안에는 따뜻한 곳을 좋아하는 카베르네 소비뇽을 주로 심고,우안에는 찬 곳을 좋아하는 메를로를 주로 심는다.
좌안의 메독,마고,오메독,생줄리앙,페샥 레오냥 등이 우안의 생테밀리옹,포므롤,코트 드 카스티용 등과 다른 맛을 내는 건 이런 까닭이다. 하지만 샤토들은 하나의 품종만 심는 게 아니라 각기 다른 맛을 내는 여러 품종을 심어 블렌딩함으로써 독특한 와인의 향과 맛을 낸다.
지난 7일 저녁 샤토 브레네르 뒤크뤼에서 와인애호가 초청 만찬이 열렸다. 보르도의 고급 와인 중에서도 특급 대우를 받는 '그랑 크뤼 클라세'인 이 샤토를 애호가들에게 공개하는 자리였다. 포도밭과 와인 양조 · 숙성 창고를 보여주고 시음 행사도 마련했다. 2008년 산 뒤뤽에 이어 아직 숙성 중인 2010년 산 와인도 내왔다.
마로토 씨는 "스트럭처(구조감)가 너무 강한 와인보다는 과일향이 잘 스며있는 와인을 만들고 싶은데 농사니까 마음대로 안 될 때가 많다"며 "수확된 포도의 성격에 맞는 와인을 만들려고 최선을 다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와인의 품질은 토양과 기후,노하우가 결정짓는다"며 "와인은 정직하다"고 했다. 와인은 기후 · 토양 · 사람의 천 · 지 · 인(天 · 地 · 人)이 만들어 낸다는 얘기다.
◆유서 깊은 샤토들,관광지로도 인기
다음날 방문한 보르도 시 남쪽 페샥 레오냥의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가론강의 좌안에 있는 와이너리인데 이곳 역시 자갈 토양이다. 이 샤토는 드라마 '떼루아'의 촬영지로 국내에도 많이 알려진 곳이다. 스키 국가대표 출신인 주인 부부의 전력이 화려하다. 스포츠용품 전문매장으로 큰 돈을 번 다니엘 · 플로랑스 캬티아르 부부는 1800년대 말 프랑스 5대 샤토였다가 퇴락한 이 샤토를 15년 전 사들여 대규모 투자를 통해 스파호텔까지 갖춘 명소로 만들었다. 덕분에 이곳을 찾는 관광객이 연간 6만2000명이나 된다고 한다.
커다란 수조와 분수,넝쿨포도가 초록으로 뒤덮은 샤토 건물은 절로 셔터를 누르게 한다. 시음 전용 공간과 1800년대 와인까지 보관하고 있는 지하 와이너리,오래된 성채 같은 샤토 본관에서 즐기는 오찬까지 감동의 연속이다.
이어 찾아간 곳은 샤토 스미스 오 라피트에서 5분 거리인 샤토 라 루비에르와 소테른 지역의 샤토 시걀라 라보.샤토 라 루비에르는11개 샤토에서 35개 브랜드의 와인을 생산하는 앙드레 루통 그룹의 소유지다. 1956년부터 와인산업에 뛰어든 앙드레 루통 회장은 두 차례의 세계대전으로 피폐해진 와인산업을 다시 일으킨 '와인제국'의 황제로 존경받는 인물이다. 샤토 루비에르 하나의 포도 재배 면적만 65ha.그것도 포도밭 전체가 한 덩어리여서 광활하기 이를데 없다.
이 샤토는 프랑스 혁명 전까지는 성바오로수도회의 소유였다가 혁명 후 공화당이 장악했고 이후 민간으로 소유권이 넘어갔다. 현재 샤토 건물은 1780년대에 지은 건물이다. 다음날 가론강과 도르도뉴강 사이의 지역인 '앙트르 루 메르'에 있는 샤토 보네에서 루통 회장과 함께하기로 한 오찬이 기대된다.
보르도(프랑스)=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
■ 여행팁
보르도의 포도밭은 12만2000여ha,샤토는 1만개에 달한다. 프랑스 전체 포도밭의 14%,전 세계 포도밭의 1.5%를 차지한다. 매년 프랑스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 7000만명 중 와인 관광객이 700만명,그 중 300만명 이상이 보르도를 찾는다고 한다. 이 때문에 보르도 시내에 있는 보르도 관광사무소(www.bordeaux-tourisme.com) 앞에는 각 샤토로 떠나는 관광버스와 관광객들로 붐빈다. 관광사무소 측은 길 건너편의 와인아카데미인 '에콜 뒤 뱅'에서 2시간의 입문교육을 한 후 매일 오후 가이드 동반 투어를 운영한다. 각 샤토에 개별적으로 연락해 방문 허락을 받으면 뜻밖의 환대를 받을 수도 있다. 프랑스농식품공사 한국사무소(SOPEXA,www.sopexa.co.kr)에 문의해도 된다. (02)554-9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