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한국경제신문은 기업은행과 공동으로 자영업 성공 모델을 만들기 위한 '자영업 멘토링 사업'을 지난 4월 시작했습니다. 이 사업은 전국에서 선정한 15개 자영업소를 대상으로 4개월 동안 집중적인 컨설팅을 실시해 매출이 부진한 점포는 성공 점포로,평범한 점포는 대박 점포로 바꾸는 프로젝트입니다. 한경자영업지원단 소속 컨설턴트들이 현장에서 진행한 컨설팅 내용은 매주 월요일자 '자영업 길라잡이' 지면을 통해 소개됩니다.

서울 강남구 논현역 먹자골목에서 주꾸미 전문점을 운영하고 있는 안우선(36)입니다. 논현역 먹자골목은 인근에 회사도 많고 배후 주거지도 있어 강남에서 유동인구가 많은 곳 중 하나로 꼽힙니다. 2월에 개업해 영업한 지 3개월 정도 됐습니다.

가게는 보증금 2850만원에 월 임대료는 관리비를 포함,250만원입니다. 법인 건물이라 같은 규모의 주변 업소와 비교하면 임대료가 30% 정도 싼 편입니다. 상권이 워낙 좋아 권리금만 2억300만원을 주고 가게를 얻었습니다. 권리금에 비용을 쏟아부어 내부 인테리어에는 최소 비용 100만원만 썼습니다. 영업은 오후 4시30분부터 오전 6~7시까지 하고 있습니다. 종업원은 음식을 담당하는 직원을 포함,2명입니다.

저는 원래 고깃집을 열 생각이었습니다. 창업을 준비하던 중 구제역이 발생해 아이템을 바꿀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인이 9개의 체인점이 있는 주꾸미전문점을 운영,그로부터 조리법을 전수받았습니다. 창업 후 한 달 동안 고전했으나,매운맛을 줄이고 단맛을 더해 손님들 입맛에 맞는 소스를 만들었습니다.

주꾸미팅'이라고 해 손님들에게 소개팅을 연결해주고,'명예의 전당'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28번 방문한 고객 리스트를 만드는 등 재미있는 이벤트로 20~30대 손님을 끌어들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가게 주변 30m가 채 안 되는 곳에 유명 주꾸미집이 두 곳 있습니다. 두 가게의 자리가 차야 저희 가게로 손님들이 옵니다. 그러다 보니 오후 6~7시 사이 초저녁 손님이 없고,요일별 매출 차이가 심합니다. 평일 매출은 20만~30만원입니다. 최근 금,토요일에는 200만원까지 벌기도 했지만,여전히 매출이 꾸준하지 않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A 맛과 서비스 면에서는 나무랄 것이 없습니다. 전수받은 조리법을 무조건 고수하지 않고,주고객층의 입맛에 맞게 변화를 준 것은 옳은 선택입니다. 특히 주꾸미팅,명예의 전당 등 이벤트를 고안한 것은 젊은 고객들이 매력을 느낄 유인이라고 판단합니다. 손님들은 음식을 먹으러 방문할 뿐 아니라 분위기도 즐기러 오기 때문입니다. 손님이 많이 방문하는 점포들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조언한 것처럼 천장을 검은 색 페인트로 칠해 천장이 낮아 답답했던 것이 보완이 됐습니다. 천장을 들어내는 것이 좋았겠지만,비용 면에서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었습니다. 천장이 어두우면 시선이 위로 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은은한 조명을 천장 주변부에 설치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도 주효했습니다. 주 타깃층인 20~30대 젊은 손님들은 카페와 같은 분위기 있는 매장을 선호합니다.

주변 건물에 가려 멀리서 점포가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은 흰색 바탕에 까만색으로 상호를 적은 간판을 달아 해결했습니다. 조개구이집,곱창집,장어집 등 같은 건물 1층에 자리한 점포들과 마찬가지로 건물 앞에 천막을 쳐 테이블 4개를 마련,동시간에 더 많은 손님을 받을 수 있게 됐습니다.

점포가 위치한 곳은 평일에는 회사원들이,주말에는 타 지역 손님들까지 찾아오는 상권입니다. 주변에 유흥주점이 많아 새벽 시간에도 유동인구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앞으로 관건은 충성 고객층을 두텁게 만들고 객단가를 높이는 일입니다.

먼저 다양한 가격대의 메뉴를 개발해야 합니다. 후발주자는 메뉴가 다양해야 합니다. '주꾸미 샤부데침','주꾸미 철판볶음' 등 1만원 메뉴가 주를 이루다 보니 선택의 폭이 좁고 객단가는 낮습니다. 상대적으로 1만3000원인 '주꾸미 삼겹'은 비싸게 느껴져 주문이 저조했습니다. 곱창 등 다른 재료를 더한 메뉴를 개발,주변 동종 점포와 차별화를 꾀하고 가격도 높게 받아야 합니다. 조언한 대로 1만5000원짜리 '모둠 주꾸미' 메뉴를 만들었더니 주꾸미 삼겹이 이전보다 더 많이 나가는 것은 이 때문입니다. 원재료와 소스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메뉴도 개발해야 합니다.

여기에 세트 메뉴를 만드는 것도 객단가를 높이는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손님들은 가격을 고민하지 않고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세트 메뉴를 선호합니다. 세트 메뉴 역시 가격대를 다양하게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것이 좋습니다. 가격이 높은 세트 메뉴를 만들면 중간 가격대 세트 메뉴의 주문이 상대적으로 늘어 객단가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끼 메뉴를 개발한다면 입소문도 타고 충성 고객도 늘릴 수 있습니다. 예컨대 현재 4000원에 단품 메뉴로 팔고 있는 잔치국수를 1000원에 제공하는 것입니다. 무제한으로 리필을 해 준다면 더욱 좋습니다. 손님들은 주력 메뉴보다 미끼 메뉴를 더 기억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끼 메뉴를 잘 개발하면 입소문을 쉽게 타기도 합니다. 요일에 따라 매출 차이가 큰 것은 고정 손님이 적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충성 고객층이 생기면 요일별 매출 차이도 줄어들 뿐만 아니라 훗날 가격을 올리더라도 손님들의 가격 저항이 덜할 것입니다.

초저녁 매출이 저조한 것을 보완하기 위해서 주류 무료 쿠폰과 할인 쿠폰을 배포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류 무료 쿠폰을 길거리에서 나눠주면 갈 곳을 정하지 않은 손님들을 끌어들일 수 있습니다. 초저녁 시간대 할인 쿠폰은 인근 거주지역에 배포합니다. 저녁 식사를 하러 나오는 가족 단위 손님을 유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의뢰인은 단순히 음식을 파는 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손님을 즐겁게 해주고자 하는 '펀마케팅' 능력이 탁월합니다. 의뢰인의 장점과 멘토링이 시너지를 내 멘토링 기간이 끝나는 7월 말에는 논현역 먹자골목에서 손님들이 가장 먼저 찾는 주꾸미전문점이 되길 기대합니다.

정리=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도움말=김홍필 연합외식컨설팅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