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에게 "표정관리 중요" 조언…김비오에겐 "드라이버 고집 말라"
캐디 프로저는 다른 선수 벙커 정리도
최경주는 20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파72)에서 열린 SK텔레콤오픈(총상금 9억원) 이틀째 누적된 피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데다 퍼팅 난조로 2타를 잃고 합계 3언더파 141타(공동 14위)를 기록했다. 그런 와중에도 후배들에게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동반 라운드한 후배들은 최경주의 샷을 보기만 해도 저절로 학습이 됐다고 말했다. 코스 매니지먼트는 물론 마인드 컨트롤과 매너까지 한수 배웠다고 입을 모았다.
◆피곤해도 후배 격려 아끼지 않아
최경주는 전날보다 7타를 더 쳤지만 특유의 미소와 여유를 잃지 않았다. 자신보다 잘 친 후배들을 칭찬하기도 했다. 최경주는 "여독이 어제보다 오늘 더 심했다. 3시간밖에 못 잤다. 그러나 후배들이 좋은 성적을 내줘 선배로서 흐뭇한 라운드가 됐다"고 말했다. 동반 라운드한 김비오는 이날 6타를 줄여 합계 4언더파 140타(공동 9위)가 됐고 배상문은 5타를 줄여 합계 5언더파 139타(공동 5위)를 기록했다.
최경주는 샷 난조로 힘들어하면서도 후배들이 좋은 샷을 하거나 퍼팅을 성공하면 '굿 샷''나이스 샷'이란 말을 모든 갤러리가 다 들을 정도로 크게 외쳤다. 김비오는 "최경주 프로는 신사다.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칭찬을 한다. 자신이 플레이가 안 되는 속에서도 저럴 수 있다는 것이 훌륭하다"고 말했다.
◆깔끔한 매너 보여줬다.
최경주는 매너에서도 격이 달랐다. 그는 경기 후 스코어 카드를 제출하면서 자신이 쓴 볼에다 사인해 경기진행요원에게 건네줬다. 최경주는 "이 볼을 오늘 스코어 보드를 들고 다닌 사람에게 전달해달라"고 말했다.
캐디 앤디 프로저도 최경주 못지 않았다. 그는 7번홀 그린 옆 벙커에서 배상문이 친 볼이 홀을 한참 지나치자 배상문의 캐디에게 "내가 벙커 정리를 해주겠다. 가서 선수를 도와주라"고 했다. 이 장면을 목격한 갤러리들은 "할아버지가 너무 착하다. 역시 다르다"는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볼 똑바로 치려고 하지 말라
후배들은 최경주와 라운드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다. 최경주는 배상문에게 "볼을 똑바로 치려는 습관을 버려라.볼을 반듯하게 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다. '삐뚜로' 가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실수가 있어야 성공이 있다"고 조언했다. 쓴소리도 했다. "항상 평정심을 잃지 말아라.표정에 많은 차이가 있으면 안 된다"고 했다.
김비오에게는 생각이 너무 많은 점을 언급했다. 최경주는 "연습의 강도를 높여가다 보면 암흑의 세계가 보인다. 내가 하고 싶은 것 이상의 세계가 보인다. 그 세계에 올라서야 생각을 줄일 수 있다. 그만큼 피땀을 흘리고 뼈를 깎는 연습만이 생각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드라이버 티샷 고집하지 말라
최경주는 티샷으로 드라이버만 고집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는 "플레이어스챔피언십이 열린 TPC소그래스 2번홀에서 왼쪽 나무만 넘어가면 25야드가 더 열린다. 하지만 드로샷이 쉽지 않다. 18번홀에서도 뒷바람이 불면 드라이버를 잡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잘된 적이 없다. 스푼을 치면 한 번도 물에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야 그 다음샷을 원하는 곳으로 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비오는 "이틀간 최경주 프로에게 코스 매니지먼트를 배웠다. 그동안 드라이버샷을 멀리 쳐 버디를 잡고 싶은 욕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드라이버 대신 페어웨이우드로 치면 좋은 앵글이 나온다. 무리하게 드라이버를 쳐 러프에서 웨지로 샷을 하기보다는 페어웨이에서 7,8번 아이언을 치는 것이 안전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7타를 줄인 박상현이 합계 10언더파 134타로 2위 쿠르트 반스(호주)에 1타 앞선 단독선두를 달렸다.
서귀포=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