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은 '부부의 날'이다. 부부가 오랫동안 함께 살면 생활습관,식단,성격도 서로 닮아가 마치 한 뱃속에서 태어난 형제자매처럼 조화와 중용의 도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서로 절충하지 못하면 불행으로 이어진다. 또 배우자의 건강이 먼저 악화되면 다른 한쪽은 간병과 고독으로 여생을 보내야 한다. 백년해로를 위해서는 상대방의 마음을 읽고 건강도 챙겨야 한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부부가 평생 반려자로 남지 않으면 삶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식하고 운우지정을 돈독히 하도록 하자.

◆부부갈등 치유하기

서로를 사랑하면서도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되레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마음의 거리가 멀어져가는 부부가 많다. 인간은 의식주와 안전 등 기본적인 욕구가 해소되면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고 싶은 원초적인 열망을 갖게 된다. 부부 사이에 이런 욕망이 충족되지 못하면 공허함과 답답함이 증폭되게 마련이다.

'예전엔 이렇지 않았는데 아내(남편)가 변했다'면서 초초해하고 상대방을 비난하거나,'내가 아내(남편) 때문에 이렇게 아프고 불행한데 상대방은 꿈쩍도 않는다'며 탄식하고 분노한다면 평소 부부간 의사소통 방식에 문제가 없었는지 겸허히 살펴보도록 하자.갈등이 뭉치면 화병으로 터져 부부가 파국을 맞을 수도 있다. 부부관계에서는 무조건 '내 탓이오'라는 순종형이 되어서도 안 되고,배우자가 먼저 바뀌도록 지시 · 강압만 해도 곤란하다. 완벽하려고 애쓰거나 항상 매사를 절대선(善) 아니면 절대악(惡)으로 구분하는 흑백논리만 주장해도 문제가 생긴다. 남녀는 아무리 친해도 '통역사'가 필요할 정도로 사고의 패턴이 다르므로 타협점을 찾으려 애써야 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과 교수는 "과거와 달리 부부갈등으로 인한 화병을 견디며 황혼까지 사는 부부가 드물어져 40대 전후 이혼과 절절한 황혼연애가 늘고 있으며 배우자가 멀어지면 이를 대신해 반려동물부터 찾는 게 요즘의 세태"라며 "남녀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가장 친한 친구 같은 부부관계를 유지하는 게 행복에 이르는 길"이라고 조언했다.

◆남녀 갱년기 극복

아내가 폐경기를 맞으면 여성호르몬 부족으로 얼굴이 화끈거리는 안면홍조,밤잠을 제대로 못 자고 흘러내리는 식은땀,가슴 두근거림 등으로 고생하게 된다. 심하면 심혈관질환과 골다공증을 유발할 수도 있다. 이럴 때는 여성호르몬 보충요법이 도움이 된다. 이방현 성애병원 산부인과 과장은 "폐경기엔 우울한 감정이 지배하면서 자신만 내버려졌다는 심한 가슴앓이를 하게 된다"며 "남편은 항상 아내의 곁에 있음을 알리고 나이 드는 게 인생의 자연스러운 과정임을 공감하는 시간을 갖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40~50대가 되면 남성도 폐경 여성처럼 갱년기 증상이 나타난다. 만성 피로감,무기력증,우울증과 함께 조루나 발기부전 등 성기능 감퇴를 겪게 된다. 남성갱년기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30대 이후 1%씩 감소하기 때문에 나타난다.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여성의 폐경기증후군과는 달리 서서히 두드러지기 때문에 쉽게 자각하기 어렵다. 자가증상으로 판단해 남성갱년기증후군이 의심되면 혈액검사로 남성호르몬의 수치를 재보고 호르몬 보충요법에 들어가는 것을 검토해볼 수 있다. 이 치료는 골밀도 증가,복부비만 개선,근력 증강,성기능 개선,우울증 · 수면장애 개선의 효과를 보인다.

◆여성은 유방 · 자궁암,남성은 4대암 주의

40대 이후 여성에서 크게 늘어나는 게 자궁경부암과 유방암.자궁경부암은 성관계 시 전파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감염이 주원인으로 미혼보다 기혼이,출산 경험이 많을수록,여러 남성과 성교했을 경우,본인은 성교경험이 적더라도 남편이 여러 여성과 성교했을 경우 발생률이 높다. 자궁경부암을 예방하려면 1년에 한번씩 자궁경부세포진검사나 HPV 테스트를 받는 게 좋다. 필요하면 자궁경부암 예방백신을 맞는다.

유방암은 유방 X-레이 촬영(맘모그램)이나 초음파로 검진한다. 매년 받는 게 권장되며 유방에 양성 종괴가 있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6개월에 한 번씩 검사한다. 유방을 바깥쪽에서부터 안쪽으로 나선형을 그리며 부드럽게 누를 때 멍울이나 통증이 있으면 유방암이 의심되므로 확인해봐야 한다. 이 밖에 골반 초음파,갑상선 초음파,위 · 대장내시경 검사 등이 아내의 노후 건강을 위해 권장된다.

남성은 과도한 직장 스트레스와 수년간 즐긴 술과 담배,고지방식으로 간암 위암 대장암 폐암 등 4대암과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다. 금연과 함께 2년마다 간초음파,위 · 대장내시경 등을 받도록 유도한다. 부부가 달고 기름지고 짠 음식을 함께 좋아하거나 운동을 게을리하면 당뇨병 고지혈증 고혈압 척추 · 관절질환에 걸리기 쉽다. 나쁜 건강생활습관이 몸에 배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야 한다. 과도한 운동도 나쁘다.

요즘 임질 매독 등 고전적인 성병은 크게 줄었지만 트리코모나스균 질염이나 클라미디아균 감염은 크게 늘고 있다. 조정호 골드만비뇨기과 원장은 "전업주부 가운데 목 통증,가래 등 감기유사 증상으로 찾아온 사람을 규명해보면 상당수가 구강 내 임질균 및 클라미디아균 감염이었다"며 "두 병원체는 구강과 인두점막을 통해 배우자에게 전염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원장은 "다른 사람과 오럴섹스를 할 때 옮겨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