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사임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 후임을 선임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신임 총재 자리를 놓고 유럽과 신흥국 사이에 힘 겨루기가 팽팽해 최종 선정까지는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24명으로 구성된 IMF 집행이사회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회의를 열고 후보자 추천 시한 등 후임 총재 인선에 필요한 안건을 논의했다. 총재직을 임시대행하고 있는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가 회의를 주재했다. 5년 임기의 IMF 총재는 집행이사회가 후보를 정한 뒤 과반수 찬성으로 결정된다.

과반수는 집행이사 24명의 절반 이상이 아니라 회원국별 지분율(쿼터) 기준이다. 미국이 지분율 17.4%로 가장 영향력이 크다. 유럽연합(EU) 27개국의 지분율은 총 32%에 달한다.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하면 원하는 후보를 총재로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지금까지 11명의 총재 모두 만장일치로 선출됐다.

신흥국의 도전에 맞서 미국과 유럽은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19일 "투명한 절차에 따라 새 총재를 빨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NYT는 가이트너 장관의 발언에 대해 "미국은 유럽인에게 총재를 맡기고 현 체제를 유지하고 싶어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탈리아와 스웨덴은 이미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을 총재 후보로 지지하고 나섰고 독일 정부도 라가르드 장관을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NYT는 후보자가 주요 국가로부터 지지를 확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한 점을 감안하면 신임 총재를 확정하기까지 3~4개월은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미 뉴욕주 대법원은 19일 스트로스칸 전 총재에 대해 보석금 100만달러 납부와 전자발찌를 차고 가택 내에서 24시간 감시를 받는 조건으로 보석을 허가했다. 스트로스칸은 보석에 필요한 서명 작업 등으로 이날 밤도 구치소에서 보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