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현대사를 재정립하자는 한국현대사학회가 20일 창립 기념 학술대회를 갖고 공식 출범했다. 이념 아닌 사실에 기초해 현대사를 재조명하겠다는 것이 설립 배경이다.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을 지적했던 학자들이 주축이 됐다고 한다. 현대사를 갈등의 역사,정의가 패배한 역사라고 생각하는 좌파 사관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하는 것은 지금 시대가 직면한 당위이다. 대한민국 역사는 두말할 나위도 없이 성공의 역사이다. 산업화와 민주화의 이중혁명을 단기간 내에 이뤄낸 비백인 비서구의 유일무이한 국가이다. 피터 드러커가 "한국의 놀라운 경제발전을 제외한다면 20세기 역사는 없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 사학계는 그러나 독재와 폭력으로 점철된 반쪽 국가라는 패배 의식만 키워왔다. 역사교과서의 좌편향 기술은 이런 흐름의 극단적인 결과다. 이 흐름을 이제는 바꿔놓을 때다.

현대사 연구에서 빠질 수 없는 대목은 바로 기업사(企業史)다. 정주영 이병철 같은 기업가들은 개척과 도전정신으로 혁신을 성취했고 세계적인 기업을 탄생시켰다. 놀랍게도 학계와 연구계는 기업가들에 대한 이런 인식이 전혀 없다. 최근 KDI가 발간한 경제개발 60년사에도 아예 기업부분은 통째로 누락되어 있다. 심기일전하여 새롭게 출범하는 한국현대사학회도 이 점은 유념해주기 바란다. 영혼 없이 사관을 논할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