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재개된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을 두고 시장의 분위기는 그리 호의적이지 못하다. 관련 당사자들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지만 우리금융과 산은금융 간 합병을 통한 국내 최대 메가뱅크 탄생에 대한 기대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더욱 크기 때문이다.

우리금융은 외환위기 당시 누적된 금융부실을 처리하고,붕괴 직전의 금융시스템을 복원하기 위해 전례 없는 구조조정을 단행한 가운데 2001년 4월 탄생한 최초의 은행 중심 금융지주회사다. 이후 KB금융(국민+주택),하나금융(하나+서울),신한금융(신한+조흥) 등 메가뱅크가 속속 탄생했다. 이들 메가뱅크는 외환위기 이후 정부의 구조조정 혜택에다 안전자산선호 현상이라는 은행 산업에 유리하게 조성된 환경 아래서 주택담보대출과 PB금융 등 소비자금융이라는 블루오션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했다. 그 덕분에 현재 7개밖에 남아있지 않은 국내 시중은행들 가운데 이미 3개가 세계 100대 은행에 합류하는 등 '덩치' 면에서 남부럽지 않은 위상을 지니게 됐다.

그러나 커진 덩치에 맞지 않게 아직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그리 높지 않다. 보이지 않는 정책적 후원 속에 큰 폭의 이자이익을 누린 국내 은행업은 마치 온실에서 자란 화초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매년 발표하는 금융부문 국가경쟁력 수준이 외환위기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40위권 주변에서 머무르고 있고,WEF(World Economic Forum)의 '2010 세계 경쟁력 보고서'에서도 한국의 금융시장 성숙도가 지난해 58위에서 최하위권인 83위로 하락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하지만 이제 은행에 호의적인 상황은 크게 달라지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그동안 즐겨온 블루시장이 거의 포화상태에 다다랐으며,높아진 부동산가격의 불확실성도 은행들에 커다란 위험이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한 · EU, 한 · 미 FTA 등으로 대폭적인 금융규제 완화 · 폐지가 예상되며,글로벌 선진 금융회사들의 국내 진출이 가속되면서 대내외 무한경쟁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된다.

이들 금융기관은 국내 금융회사들의 경쟁 열위를 틈 타 저리의 자금과 신금융상품을 무기로 국내시장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대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이며,이들과의 과도한 수익률 경쟁에서 자칫 국내 금융회사의 부실화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현실에서 우리금융을 정책금융기관에 매각한다는 것은 10년의 구조조정을 통해 힘들게 쌓아온 경쟁력을 퇴보시킬 가능성이 높다. 비록 같은 '은행'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지만 시장 마인드로 접근하는 시중은행과 정부정책을 우선한 정책금융기관과는 경영철학,영업마인드,조직문화 등 모든 면에서 차이가 확연하다. 자산 300조원 이상을 운용할 수 있는 금융사는 금융시장 내 냉엄한 경쟁 속에서 자생적으로 탄생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우리의 경우 경쟁력 있는 토종 시중은행이 절실하다. 외환위기 이후 7개 시중은행 가운데 제일 한미 등은 외국은행이 되면서 아예 상장 폐지됐으며,외환은행도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주인이다. 외국은행이 되지 않은 KB금융 신한지주 하나지주 등도 사실상 외국인 지분이 60%대를 넘어 외국계화된 은행이다. 글로벌 경제 시대에서 굳이 금융주권 국부유출 등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우리와 비슷한 이유에서 2000년대 대부분 외국자본에 넘어간 멕시코 '은행산업의 비극'을 생각한다면 우리에게는 내외국 자본의 조화로운 경쟁을 통한 은행산업 경쟁력 확보가 시급하다.

우리금융을 경쟁력 있는 토종은행으로 성공적으로 변화시켜 앞으로 이어질 농협 산은금융 등의 민영화 모범사례가 될 경우 10년여에 걸친 은행구조조정에서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박덕배 <현대경제硏 전문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