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번 중국행은 6자회담 등 대화 재개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게 대북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김정일이 들고 갈 '방중 보따리'에 무엇이 담겨 있느냐에 따라 대화국면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우선 북 · 중 협의 결과에 따라 한반도 정세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친서' 형태로 중국 측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등 현재 국면의 흐름을 타파하려고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북한을 제외한 5자는 3단계(남북→북 · 미→6자회담) 대화안에 의견 접근을 이룬 상황에서 북한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한국과 미국,일본이 제기하고 중국과 러시아가 동의함에 따라 북한은 압박을 받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현재 상황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이 유리한지에 대한 고심을 하는 모양새다.

때문에 북한은 이번 방중을 통해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선언적 의지를 대외적으로 과시하면서 대화국면의 주도권을 유리하게 끌고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은 이 같은 메시지를 통해 미국의 대북 식량지원을 위한 긍정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현 정세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 북 · 중 간에 미묘한 입장차이가 감지되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3단계 대화의 전제조건을 놓고 중국은 북한이 전향적인 입장을 내놓기를 바라고 있는 반면 북한은 무조건 대화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 특별대표가 이달 초 방북 계획을 세웠으나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호열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이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에 대한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만큼 이 부분을 중국과 조율한 뒤 대화국면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의 진정성'을 대화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번 김정일의 방중에서 북 · 중이 구체적인 대화재개 방법론을 논의하지는 않겠지만 큰 틀의 방향과 수순에 대해 '주파수'를 교환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은 중국에 3단계 접근안의 전제조건을 완화할 것을 촉구한 뒤 조건없는 6자회담 재개,북한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의 6자회담 논의를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