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9일 서울산업정보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특정 대학 출신이 고위 공직을 독식하고 있다"며 "민간에서는 서서히 변하고 있고 관료사회도 그런 식으로 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한국경제신문이 20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포스코 LG전자 등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의 출신 대학(최종 학력 기준)을 조사한 결과 서울대 · 고려대 · 연세대 등 이른바 'SKY' 출신 비율이 점차 줄어들고 지방대 출신은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차의 SKY 출신 비율은 20% 밑으로 떨어졌고,포스코는 지방대 출신 임원 비율이 40%를 넘었다. 삼성전자 역시 지방대 출신 비율이 SKY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학벌주의'가 만연한 중앙부처 공무원 조직과 달리 대기업에서는 인재풀의 다양성과 창의성,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KY'보다 지방대 출신 임원이 더 많아

주요 기업의 2010년 사업보고서에 기재된 임원(집행임원 포함)의 최종 학력을 분석한 결과 삼성전자는 전체 임원 970명(해외 대학 222명 · 국내 대학 748명) 가운데 SKY 출신 임원은 186명(19.2%)이었다. 지방대는 경북대 출신 63명을 비롯해 인하대 24명,아주대 21명,부산대와 영남대 각각 14명 등 199명(20.5%)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 측은 "해외 대학에서 석 · 박사를 받은 임원 가운데 국내 대학(학사)을 졸업한 사람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SKY 출신 비율은 다소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는 임원 204명(해외 대학 19명) 가운데 SKY 출신이 32명(15%)에 그쳤고,지방대 출신은 SKY의 두 배가 넘는 74명으로 전체의 36.2%를 차지했다. 지방대 가운데선 영남대 출신이 12명으로 가장 많았고 울산대 9명,부산대 8명,동아대와 아주대 각각 5명 등의 순이었다.

포스코 역시 전체 임원 71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이 31명(43%)으로 SKY 출신 26명(36%)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대(15명) 경북대(5명) 인하대(4명) 순이었다.

LG전자의 임원 281명 가운데 지방대 출신 비율은 33.5%(94명)로 SKY 출신 비율 32.7%(92명)를 웃돌았다.

◆"민간은 창의적 인재 원한다"

주요 대기업 임원의 SKY 출신 비율은 정부 중앙부처 공무원과 비교하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경제부처인 기획재정부 · 지식경제부 · 금융위원회 · 공정거래위원회의 1급 이상 고위직 가운데 서울대 출신은 16명,연세대 5명,고려대가 4명이다. SKY 출신이 전체의 78.1%로 사실상 고위직을 장악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기업 임원의 절반가량이 SKY 출신이었지만 외환위기 이후 그 비율이 점차 줄어드는 추세"라고 말했다. 신만수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한국국제경영학회장)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는 대기업들이 보다 창의적이고 다양한 인재풀을 확보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며 "학연이나 지연을 떠나 능력 위주의 인사시스템이 정착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장진모/김현예/조재희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