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가구 중 3가구 '적자'] 교통비ㆍ식품값 뛰는데 건보료ㆍ세금까지 급증…눈물의 가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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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림 팍팍해지자 외식 줄이고 학원마저 끊어
적자 생활 저소득층, 10가구 중 6가구 넘어
적자 생활 저소득층, 10가구 중 6가구 넘어
소득보다 지출이 많은 적자가구 비율이 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물가 전셋값 가계부채 등 '3중고'가 겹쳤기 때문이다. 명목금액 기준으론 월평균 소득이 385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지만 소비자물가가 급등(1분기 4.5%)하면서 식료품 교통비 주거비 등 필수 생활비 지출이 큰 폭으로 늘었다. 전셋값과 금리마저 올라 주거비와 각종 이자비용 부담이 커졌다.
◆교통비 식료품비 '눈덩이'
소비지출 가운데 가장 눈에 띄게 급증한 항목은 교통비다. 올 들어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이 ℓ당 2000원을 넘나들면서 차량 운전자들의 기름값 부담이 커졌다.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에선 교통비 지출이 11.5% 늘어 12대 소비지출 품목 가운데 증가율 1위를 기록했다.
식료품 비용도 눈덩이처럼 커졌다. 연초 농산물 가격이 폭등세를 보이면서 식료품 · 비주류음료 지출은 8.4% 늘었다. 특히 채소 및 채소가공품 가격은 17.4% 뛰었고 과일 및 과일가공품도 8.6% 상승했다. 주거 · 수도 · 광열비는 3.9% 올랐다. 전셋값 상승 여파로 주거비는 2.0% 올랐고 전기요금과 도시가스비 상승으로 연료비 지출은 5.6% 높아졌다.
의료서비스,치과서비스 등 보건 분야 지출(10.9%)을 비롯해 의류 · 신발(9.3%),가정용품 · 가사서비스(8.5%)도 비교적 큰 폭으로 지출이 늘었다. 물가 인상이 공산품 가격은 물론 각종 서비스 요금으로 파급되면서 가계 지출 부담을 늘린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비는 1.1%로 소폭 증가에 그쳤지만 고가의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 통신장비 구입비는 40.1%나 폭증했다.
◆건강보험료도 '폭탄'
가계 지출이 늘어난 데는 각종 세금과 '준조세'도 영향을 미쳤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보험료 등 사회보험이다. 가계의 1분기 사회보험 지출은 월 9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했다. 국민연금이나 기여금 등 각종 연금 지출도 월 9만8000원으로 5.6% 늘었다.
경기회복으로 고용이 늘면서 자연히 소득세도 따라 늘었다. 소득세와 자동차세 등을 포함한 경상조세 지출이 월 10만6000원으로 12.5% 늘어난 게 단적인 예다.
여기에 금리 인상으로 이자비용은 11.7% 급증한 월 8만1000원에 달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 이후 기준금리를 연 2.0%에서 연 3.0%로 올리면서 가계의 원리금 상환부담이 커졌다.
한은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지난해 말 937조원에 달한다. 금리가 1%포인트 높아질 때마다 이자부담이 9조3700억원 늘어난다는 얘기다.
소득만으론 지출 감당이 힘들어지면서 허리띠를 졸라매는 가구도 늘고 있다. 교육비가 3.0% 줄어든 게 이를 방증한다. 교육열이 높은 한국에서 교육비는 웬만하면 줄지 않는다. 하지만 올 1분기에는 정규교육(-4.7%)과 학원 · 보습교육(-2.6%)이 모두 감소했다. 오락 · 문화비는 0.3%,외식비는 1.0% 줄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가 뛰면서 당장 급하지 않은 오락 · 문화와 외식비를 줄인 데 이어 교육비도 다니는 학원 수를 줄이는 식으로 지출을 통제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서민 · 중산층 적자비중 커져
물가 상승과 이자부담,전셋값 불안은 서민층을 넘어 중산층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5등분(1~5분위)했을 때 적자가구 비율은 최하위 20%인 1분위가 62%,2분위가 36.5%로 모두 2008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최고였다. 또 중산층이 밀집한 3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25.8%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사상 최대였다.
중상층에 해당하는 4분위와 최상위층인 5분위의 적자가구 비율은 각각 17.6%와 10.6%였다. 작년 1분기 적자가구 비율은 4분위가 17.8%,5분위가 11.4%였다. 전년 동기 대비 중상층과 최상위층은 적자가구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