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P 총선 후보 10명 비디오 공개에 줄사퇴

총선을 앞둔 터키 정치권에서 '섹스 스캔들' 파문이 커지고 있다.

우파 성향 소수야당인 '민족주의 행동당(MHP)' 후보 10명이 정체불명의 단체가 인터넷을 통해 혼외정사 장면을 공개한 이후 줄줄이 후보직을 사퇴한 가운데 이 정당은 이를 '음해'로 규정하고 집권 정의개발당(AKP)을 배후로 지목하고 있다.

민족주의 행동당은 원내 진출 하한선인 10%를 조금 웃도는 지지를 얻고 있어 이번 섹스 스캔들 파문으로 지지율이 떨어져 원내 진출에 실패하면 '사표'를 분배하는 규정에 따라 정의개발당이 가장 큰 수혜를 얻기 때문이다.

21일 터키 언론에 따르면 오스만 자크르 부의장, 지한 파차즈 사무총장 등을 포함한 민족주의 행동당 총선 후보 6명이 이날 후보직을 사퇴했다.

이들은 '다른 민족주의자들'이라는 단체가 인터넷 사이트에 공개한 '섹스 동영상'에 나오는 장본인들이다.

이 동영상은 이들의 혼외정사 장면을 몰래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이 단체는 민족주의 행동당 데블렛 바흐젤리 당수가 내달 12일 예정된 총선 전까지 사퇴하지 않으면 이들의 섹스 비디오를 공개하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바흐젤리 당수가 "협박과 음해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거부하자 지난 18일 비디오를 인터넷에 올렸다.

바흐젤리 당수는 "집권당이 이를 정치적 재료로 활용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배후로 정의개발당을 겨냥했다.

민족주의자와 이슬람주의자 등 우파 성향 유권자들의 투표에 영향을 미쳐 민족주의 행동당에 타격을 주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그러나 정의개발당을 이끄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연루 의혹을 강력하게 부인하며 검찰 수사를 지시했으나 양 측간 공방이 커질 조짐이다.

최근 여론조사업체 '익사라(IKSara)'가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민족주의 행동당은 13.1%의 지지율을 얻고 있어 원내 진입 하한선인 '10% 득표'가 불확실한 상황이다.

정의개발당의 지지율은 45.5%로 이변이 없는 한 3기 연속 집권에 성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민족주의 행동당이 원내 진입에 실패하면 이 정당에 던져진 '사표'는 원내 진입한 정당들에 배분되는데 최대 득표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정의개발당에 돌아가는 몫이 가장 크다.

(부다페스트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jungw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