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국인이 연일 매도하는 성격을 놓고 논란이 심하다. 이익을 실현하기 위한 차익거래로 보는 시각이 있는 반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한국 증시를 떠나는 신호라고 해석하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논란의 실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점을 짚어봐야 한다. 무엇보다 글로벌(혹은 투자국) 유동성이 위축되느냐 하는 점이다. 마진 콜(증거금 부족)과 디레버리지(자금회수) 이론에 따라 글로벌 유동성이 위축되거나 우려가 제기되면 주가가 많이 오른 국가일수록 투자자금을 회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정책적으로 글로벌 유동성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부터 신흥국들이 비교적 강도 높은 통화 긴축을 추진해 온 점을 감안하면 외형상으로는 줄어드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글로벌 유동성은 상당 기간 줄지 않을 전망이다. 위기 과정에서 퇴장하고 단기 부동화됐던 유동성이 시중에 방출되고 있어서다. 경제활력지표인 통화유통속도와 통화승수도 빠르게 회복되는 추세다.

경기면에서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경제지표가 부진한 것을 어떻게 이해하느냐도 중요하다. 장기침체를 의미하는 '더블 딥'으로 본다면 투자자금을 본격 회수하고,일시적인 부진을 의미하는 '소프트 패치'로 본다면 경기가 제 궤도(회복 국면)로 복귀할 것으로 예상하는 외국인 자금이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공교롭게도 미 경기를 중심으로 작년 8월 이후 불었던 '더블 딥'과 '소프트 패치' 간 논쟁이 다시 일고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등은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가 낮게 나온 것을 계기로 미국 경제가 다시 침체에 진입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정국 경기가 '더블 딥'에 빠지면 증시는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간다.

하지만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분기 성장률과 단기지표 부진은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보고 있다. 2분기 이후 회복 국면에 재진입할 것이라는 '소프트 패치론'에 힘을 실어줬다. FRB가 올해 성장률을 3.1~3.3%로 하향 수정했지만 1분기 성장률이 1.8%인 점을 감안하면 2분기 이후에는 3% 이상 나와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정책적으로 '쌍둥이 독트린 논쟁'도 주목해야 한다. 하나는 재정정책 우선순위를 적자 축소와 경기부양 중 어디에 둘 것인가와 관련한 '로고프 독트린'과 '크루그먼 독트린' 간의 논쟁이다. 다른 하나는 통화정책 대상에 자산을 포함시킬 것인가를 놓고 벌이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 간 논쟁이다.

재정정책 우선순위 논쟁에는 재정적자와 경기부양을 함께 풀어갈 수 있는 대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오바마 정부가 신념을 갖고 추진하고 있는 '페이-고' 원칙이다. 또 통화정책 대상 논쟁과 관련해서는 자산시장을 함께 고려하는 '버냉키 독트린'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글로벌 유동성과 세계 경기,정책면에서 문제가 없다면 투자 대상국인 한국 경제에 대한 해외 시각이 특별히 악화됐느냐 여부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큰 변화는 없다. CDS(크레디트 디폴트 스와프) 프리미엄이 작년 말에 비해 소폭 상승하고 있지만 일상적인 변화로 판단된다.

해외 시각과는 별도로 포트폴리오상 투자 매력도가 줄어들고 있는 점은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외국인들이 국내 증시에 투자할 때 관행적으로 중시하는 몇 가지 지표로 판단해 보면 원유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 특성상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으면 일단 한국 투자를 신중하게 결정한다. 변동이 있긴 하지만 유가는 100달러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신흥국에 유입된 외국 자금이 금리 차에 의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이 강한 점을 감안하면 이 자금을 밀어냈던 투자국의 대표금리가 오르면 이탈할 소지는 그만큼 커진다. 달러 캐리 트레이드 자금의 경우 그 임계 수준(10년 만기 미 국채수익률)은 연 4% 안팎으로 인식돼 왔다. 대부분 미 국채수익률은 다시 하락 추세다.

환차익 여부도 중요한 요인이다. 원 · 달러 환율은 달러당 1100원 밑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여전히 적정 수준 이상이다. 주가수익비율(PER)의 역수에서 투자 대상국 대표금리를 빼 산출하는 '일드 갭(yield gap)'도 자금 회수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지표다. 한국의 경우 5% 밑으로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이탈한다. 이달 들어 6% 내외로 떨어져 매력이 줄어드는 추세다.

결국 최근 외국인 매도세는 핵심 요인에 있어서 커다란 변화는 없고 국가별 기대 수익률상의 변화에 따른 조정으로 풀이된다. 다시 말해 한국 증시를 본격 떠나가는 신호는 아니라는 의미다. 하지만 주가가 오를수록 기대수익률은 낮아지는 만큼 악재에도 대비해 나가는 균형감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