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보험료 年200억 넘기도…웬만한 중소기업 매출 능가
◆연봉 많게는 10억원 넘어
모든 보험사에 '보험왕'은 특별한 존재다. 혼자서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 않은 매출을 올리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중소기업 평균 연 매출액이 약 65억원인데 '보험왕'들이 거둬들인 수입보험료는 연 50억~200억원대에 이른다.
회사에 대한 기여가 큰 만큼 이들의 수입은 억대를 넘는다. 연봉이 10억원이 넘는 설계사도 많다. 웬만한 기업의 최고경영자(CEO) 부럽지 않은 수준이다. 회사마다 '보험왕'에 대한 예우도 각별하다. 수상에 대한 경제적 보상은 기본이고 수천만원의 상금과 해외여행 등이 주어진다.
보험왕이 아니더라도 지난해 기준으로 억대 연봉을 받는 설계사는 1만명을 넘는다. 외환위기 이후 설계사 직업이 고학력화 · 전문직화되면서 '프로' 설계사들이 크게 늘어난 때문이다.
◆보험왕에겐 특별한 DNA가 있다
보험 영업은 누구나 시작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무나 '보험왕'이 되지는 않는다. 평생에 한 번 오르기도 어렵다. 그런데도 몇 년째 '보험왕' 자리를 지키는 스타 설계사들이 있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남들과 다른 특별한 DNA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은 한결같이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고객을 위해 발로 뛴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하루 3~4시간씩 자면서 한 명의 고객이라도 더 만나기 위해 발이 닳도록 현장을 다닌다. 언제 어느 때 고객에게 전화가 올지 몰라 잠을 자는 순간에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 설계사가 있는가 하면 고객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기면 무조건 달려가는 열성파도 많다. 남대문 동대문 새벽시장에서 하루를 시작하거나 마감하기도 하고 영세 상인들과 친구가 돼 끈끈한 우정을 쌓기도 한다.
이들은 보험에 대한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어려움과 역경을 이겨냈다고 입을 모은다. 보험이 고객 한 사람의 행복뿐 아니라 가족,나아가서는 사회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라는 신념이 이들을 지탱하는 힘인 셈이다.
◆전문지식도 갖춰야
최근 설계사들은 재테크를 위한 금융상품,나아가 컴퓨터 프로그램에 의한 재무컨설팅과 은퇴설계 등을 주무를 수 있는 첨단 금융지식으로 무장했다. 모두가 정예화되고 보험의 가치로 승부하겠다는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컨설턴트로 변신하고 있다.
올해 각 보험회사의 연도대상에서 '보험왕'자리에 오른 영광의 주인공 면면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왕들은 나름대로 영업 철학과 원칙이 있고 독특한 영업 노하우를 갖고 있지만 모든 수상자들에게 나타나는 공통점은 바로 전문적인 금융지식을 바탕으로 고객에게 다가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생명이 자사의 2만5000여명 설계사 가운데 상위 1%에 드는 300명(평균 소득 2억2000만원)을 대상으로 성공 비결을 조사한 결과 56%가 '성실과 신용'을 꼽았다. 이어 금융지식(13.3%),인맥(13.0%),자아 실현(10.4%),주위의 도움(7.3%) 등의 순이었다. 흔히 영업 밑천으로 여겨지는 '인맥'과 '주변의 도움'은 억대 연봉 설계사로 성공하는 데 곁가지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응답자 중 28%는 주말에도 고객 방문이나 경조사 참여 등을 통해 영업활동을 한다고 답했다. 이들에게 1주일은 '월 화 수 목 금 금 금'이란 얘기다.
◆철새 설계사 경계해야
높은 판매 수수료를 따라 보험회사를 옮겨 다니는 철새 설계사들도 1만여명을 넘는다. 2009 회계연도에 연 2회 이상 보험회사를 옮긴 설계사는 1만6039명으로 전체 설계사의 3.2%에 달했다. 연 3회 이상 옮겨 다닌 설계사도 2228명이나 됐으며 1년에 무려 12번이나 이동한 설계사도 있었다.
문제는 철새 설계사가 보험 가입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한 설계사가 다른 보험사나 대리점으로 떠나면 그 설계사가 맡고 있던 고객은 이후 아무런 계약 관리를 받지 못하는 '고아 계약자'로 전락한다. 일부 철새 설계사는 회사를 바꾼 후 자신이 맡아왔던 고객에게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자신이 옮긴 회사의 새 보험을 들도록 부추기는 경향이 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