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대한생명 울산지원단 다운지점 매니저(36)는 지난해 1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만여명의 대한생명 FP(financial planner · 재정설계사) 중 단연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12년 동안 보험영업 분야에 종사해온 정 매니저는 그동안 세 차례 보험왕 자리에 올랐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크고 작은 상을 받았을 정도로 사내에서 인정받고 있다. 고객 만족도의 기준이 되는 보험계약 유지율은 99.5%에 이른다.

◆철저한 프로정신이 가장 중요

정 매니저는 '철저한 프로정신'을 성공 비결로 꼽았다. 같은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증권사나 은행 직원들로부터 보험 계약을 따낼 정도로 프로정신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게 지론이다.

두 아이를 두고 있는 그는 첫아이를 낳은 지 한 달 만에 현업에 복귀했다. 고객과 FP 간 신뢰가 중요한 보험업 특성상 하루라도 빨리 고객을 만나야겠다는 생각에서였다. 과로로 입원했을 때는 고객 제공용 자료를 만들고 전화 상담을 계속하는 모습에 담당 의사가 새 고객이 되기도 했다.

정 매니저는 울산에서 '의사들의 재정주치의'로 불린다. 지역 의사들의 재정 상담을 도맡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의사협회와 약사협회 등 각종 의료관련 세미나에 참석, 재테크 강의를 하고 지역 기업에도 초청 강의를 나가고 있다.

VIP 고객들을 위해 매년 자비로 골프대회를 여는 등 고객 관리 스케일도 남다르다. 올해는 보험여왕 3회 수상을 기념해 2박3일 일정으로 고객 배우자와 자녀까지 초청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보유 고객이 700여명,이 중 재정상담을 전담하는 고객이 300여명이다.

◆성공비결 강의까지…"연예인 못지않아"

정 매니저는 직장인의 꿈이라는 '억대 연봉'을 단 1년 만에 이뤘다. 이후 한 번도 연봉이 깎인 적이 없다. 2008년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연봉이 올랐다. 지금 연봉은 10억원대 중반이다.

그는 고객들의 신뢰 덕분에 가능했다고 말한다. 그는 개인 전담비서를 두 명 두고 있다. 분기마다 고객들에게 현재 재정상태와 투자수익률을 보여주는 재무 검진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일손이 더 필요해서다. 정 매니저가 직접 주최하는 각종 행사를 지원하고 고객 경조사를 챙기는 한편 보험계약 변경이나 보험금 신청 등 간단한 업무까지 대신해준다. 그는 "하루 100명 이상의 고객들과 통화를 하기 때문에 핸드폰 배터리 두 개도 부족하다"며 웃었다. 정 매니저의 유명세는 현지에서 연예인 못지않다. 각종 기업 및 단체의 재테크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재무문제뿐만 아니라 그의 성공 비결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1주일에 2~3차례 강단에 서고 있는데 모든 강의에 다 나가면 본업에 소홀해질 수 있어 어쩔 수 없이 거절하는 경우도 꽤 있다"고 그는 말했다.

◆전문직 공략,역발상 마케팅

의사나 변호사와 같은 고학력 전문직은 남성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에 여성 FP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있었다. 정 매니저는 이런 생각을 뒤집었다. 소득을 창출하는 사람은 가장이지만 가정 경제를 꾸리는 사람은 배우자(여성)란 점에 주목했다.

그는 전문직 종사자의 '사모님'을 집중 공략했다. 한 번 고객이 된 이들은 보험뿐만 아니라 주식과 부동산 증여 절세 문제까지 척척 해결해주는 그의 모습에 반해 다른 고객을 알선해줬다. 현재 정 매니저가 확보하고 있는 고객의 80% 이상이 의사나 약사와 같은 전문직 종사자다.

그는 최근 들어 후배 양성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자신과 같은 스타 설계사들이 많이 나와야 보험 영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시작한 프로젝트가 '정미경의 스타 만들기'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