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요금 인하방안이 이르면 23일 발표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미 통신업계에 요금정책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요금인가 사업자인 SK텔레콤은 여기에 맞춰 요금조정안을 마련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SK텔레콤이 인하방안을 발표하면 곧이어 비슷한 내용의 요금조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그동안 관심사는 기본요금을 낮추느냐 여부였다. 시민단체들은 기본요금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통신업체들은 지속적으로 투자해야 하는 통신산업 특성상 기본요금 인하는 곤란하다고 맞섰다. 한나라당 측이 기본요금을 낮추라고 압박을 가하기도 했다.

통신업계는 기본요금 일괄 인하는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가입자 5000만명의 기본요금을 1000원씩만 인하해도 매출이 연간 6000억원 감소해 투자여력을 잃게 된다는 것.이에 모든 가입자에게 무료 문자를 월 50건(건당 20원)씩 추가로 제공함으로써 기본요금 1000원 인하 효과를 볼 수 있게 할 예정이다.

가입비 단계적 인하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었다. 가입자가 음성 · 데이터 · 문자 사용량을 선택할 수 있는 선택형 요금제 도입도 이번 요금인하 방안의 핵심 중 하나다.

이 요금제를 도입하면 이동통신 가입자들은 자신의 사용 패턴에 맞춰 음성 · 데이터 · 문자 사용량을 정할 수 있다. 노인 · 청소년 등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인하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스마트폰 정액요금제 인하에 대해서는 방통위와 업계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방통위는 정액요금을 낮추길 권고한 반면 이통사들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제조사 대리점이나 일반 유통점에서 폰을 직접 구입해 개통할 수 있는 블랙리스트제 도입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예상돼 신중히 검토키로 했다.

이번 요금인하 협의 과정에서는 방통위와 통신업계에 대한 불신,정치권의 포퓰리즘 등이 모두 표출됐다. 정부는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한다며 '유효경쟁'이란 말까지 동원해 10년 이상 후발사업자를 지원했으나 이번에 요금인가권을 무기로 선발사업자에 압력을 가해 요금을 낮추게 함으로써 경쟁활성화에 실패했음을 자인한 셈이 됐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보다 전직 관료들을 동원해 로비에 치중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는 로비가 아니라고 주장하겠지만 소비자 눈에 곱게 보일 리는 만무하다. 요금인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요금을 낮추고도 비난받을 가능성도 있다.

통신요금 인하를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정치권 포퓰리즘도 도를 넘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방통위 상임위원을 호통친 것은 이번 요금 인하를 자신들의 전리품이라고 못박으려는 인상이 강하다.

요금 인하 방안이 어떻게 나오든 정부와 통신업계는 모양새를 구겼다. 요금 인하 태스크포스팀에 지식경제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개입했다는 것은 방통위와 통신업계를 믿지 못하겠다는 의미나 다름없다.

김광현 IT전문기자 kh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