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지하철 요금 인상계획이 알려진 지난 19일 오전,서울시청 출입기자들은 앞다퉈 해당 부서를 찾았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중교통요금과 관련해 실무적으로 협의하고는 있지만 구체적인 인상방침은 정한 바 없다"며 인상추진 사실을 완곡하게 부인했다. 지하철 적자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기에 기자들은 집요하게 캐물었다. 결국 서울시 관계자는 "내년에는 총선과 대통령 선거가 있어 지하철 요금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에 올해 안에 이 문제를 처리해야만 한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는 그러면서도 한 가지 사실만은 강하게 부인했다. "무임승차 기준 연령(만 65세 이상)을 높이는 문제는 서울시의 소관이 아니며 그런 방안을 검토한 적도 없다"는 것.하지만 노인복지 소관부처인 보건복지부는 "여러 곳에서 경로우대 무임승차 연령을 올리자는 의견이 제기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우리(복지부)는 연령을 올리는 방안을 검토한 일이 없다"고 역시 발뺌했다.

지하철의 적자를 들여다 보면 지난해 적자폭의 50%에 가까운 2227억원의 손실은 무임승차에서 발생했다. 이 중 75%는 65세 이상 노인의 무임승차에서,나머지 25%는 장애인과 국가유공자 등에서 나왔다. 경로우대 제도는 1981년 제정된 노인복지법에 근거한다. 30년 전 만들어진 법은 의료기술과 생활수준 향상으로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지금의 현실과 멀어지고 있다. 요즘은 60세에 '회갑잔치'를 하면 주변 사람들의 눈총을 받을 정도다. 무임승차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인터넷에서는 이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그렇지만 어느 누구도 민감한 경로우대 승차에 대해 드러내놓고 언급하기가 쉽지 않다.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은 물론,공무원도 말을 꺼내는 순간 '예의 없는 사람'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한다. 지난해 김황식 국무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무임승차제도를 고쳐야 한다"는 소신 발언을 했다가 노인단체와 야당으로부터 공격을 당해 곤욕을 치렀다.

지하철 경로우대 무임승차제도 개선 논란은 한번 시작한 선심성 복지정책을 줄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이현일 지식사회부 기자 hiune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