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물러선 네타냐후…오바마 新중동정책 '사전교감'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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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영토 반환 요구' 수용 불가서 급선회
민주당 지지 유대인 단체도 공식반응 자제
민주당 지지 유대인 단체도 공식반응 자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지기반인 유대인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이스라엘에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를 돌려주라고 촉구한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지난 19일 새로운 중동정책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은 1967년 당시 경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영토 반환으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구축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폭풍이 예상됐다. 실제 다음날 워싱턴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와 가진 회담에서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21일 네타냐후 총리는 "친구 간의 견해차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오바마가 이스라엘과 사전 교감 후 신중동정책을 내놓았다는 밀약설이 대두되는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 오바마와의 불화설 일축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백악관 회담에서 "1967년 이전 국경선으로 돌아가면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로부터 방어할 수 없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즉각 반기를 들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 채 네타냐후 총리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사진기자들을 바라보는 등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1일 네타냐후 총리는 대변인 발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진화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부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 사이의 견해차"라고 강조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중동평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차는 보기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바라크 장관은 이스라엘 TV2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 유대인들의 최대 로비단체인 미 ·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가 오바마의 지난 19일 연설에 반응을 내놓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이 위원회의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양국 간 동맹은 굳건하며 이스라엘의 대포병 로켓방어체제인 '아이언 돔'을 지지한다고 재차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영토 양보 요구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현 상태로는 평화적인 해법을 찾기가 힘들다는 현실론에 기반한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에서 양보할 건 양보하되 얻을 것은 얻겠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위한 투표를 계획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생각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나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에 무장단체인 하마스를 포함시키는 데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이 희망해온 사항들이다.
2008년 오바마와 대선 후보 경선을 벌일 때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지도상에서 그 나라를 지워버리겠다"고 주장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오바마가 일방적인 반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게 아니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사실 '1967년 이전 국경선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롭게 꺼낸 게 아니다. 외교 관계자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도 여기에 기반을 뒀다고 전했다.
◆'표'보다 소신 · 국익 택했나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새 중동정책은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로서는 도박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과거 선거에서 수많은 미국 민주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온 버지니아주의 유대인 부동산업자 로버트 코프랜드 씨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은 실패했다"며 "그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격하시켰다"고 비난했다. 유대인들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 대한 투표율이 78%에 달했을 정도로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표보다 중동평화라는 소신과 이에 따른 국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09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권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연설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 최근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 바람 탓에 미국은 기존의 외교 패러다임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대표적인 친미(親美) 중동평화파인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는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 결과 권좌에서 축출됐다.
게다가 9 · 11 테러세력인 알카에다의 소탕에 협조해온 예멘과 미국 제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으로도 민주화 시위가 번졌다. 아랍권 민초들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앞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개 국가가 공존하는 중동평화를 약속한 오바마였는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계속 점령하면 아랍인들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
그는 지난 19일 새로운 중동정책 연설을 통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선은 1967년 당시 경계에 근거해야 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스라엘이 영토 반환으로 팔레스타인과의 평화 구축에 과감하게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다. 후폭풍이 예상됐다. 실제 다음날 워싱턴을 방문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그와 가진 회담에서 이를 거부했다. 하지만 21일 네타냐후 총리는 "친구 간의 견해차일 뿐"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오바마가 이스라엘과 사전 교감 후 신중동정책을 내놓았다는 밀약설이 대두되는 이유다.
◆네타냐후 총리 오바마와의 불화설 일축
네타냐후 총리는 20일 오바마 대통령과 가진 백악관 회담에서 "1967년 이전 국경선으로 돌아가면 이스라엘은 아랍 국가들로부터 방어할 수 없다"면서 오바마 대통령에게 즉각 반기를 들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입을 '한일자'로 굳게 다문 채 네타냐후 총리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거나 사진기자들을 바라보는 등 냉랭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1일 네타냐후 총리는 대변인 발언을 통해 오바마 대통령과의 불화설을 진화하는 데 부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일부 견해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흔히 볼 수 있는 친구들 사이의 견해차"라고 강조했다.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중동평화 협상과 관련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입장차는 보기보다 크지 않다고 주장했다. 바라크 장관은 이스라엘 TV2와의 인터뷰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나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내 유대인들의 최대 로비단체인 미 · 이스라엘 공공문제위원회(AIPAC)가 오바마의 지난 19일 연설에 반응을 내놓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이 위원회의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해 양국 간 동맹은 굳건하며 이스라엘의 대포병 로켓방어체제인 '아이언 돔'을 지지한다고 재차 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스라엘이 영토 양보 요구에 대해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현 상태로는 평화적인 해법을 찾기가 힘들다는 현실론에 기반한 것으로 관측된다. 협상에서 양보할 건 양보하되 얻을 것은 얻겠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오는 9월 유엔 총회에서 팔레스타인의 국가 승인을 위한 투표를 계획하고 있는 팔레스타인의 생각을 반대한다고 밝힌 것이나 팔레스타인 통합 정부에 무장단체인 하마스를 포함시키는 데 대한 우려를 강조한 것은 이스라엘이 희망해온 사항들이다.
2008년 오바마와 대선 후보 경선을 벌일 때 "이스라엘을 건드리면 지도상에서 그 나라를 지워버리겠다"고 주장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설득할 수 있었던 것도 오바마가 일방적인 반이스라엘 행보를 보인 게 아니라는 관측을 뒷받침한다. 사실 '1967년 이전 국경선론'은 오바마 대통령이 새롭게 꺼낸 게 아니다. 외교 관계자들은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중재도 여기에 기반을 뒀다고 전했다.
◆'표'보다 소신 · 국익 택했나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의 새 중동정책은 내년 대선을 앞둔 오바마로서는 도박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과거 선거에서 수많은 미국 민주당 의원들에게 후원금을 내온 버지니아주의 유대인 부동산업자 로버트 코프랜드 씨는 "내년 대통령 선거에서 오바마를 지지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정부의 이스라엘 정책은 실패했다"며 "그들은 이스라엘 국민을 격하시켰다"고 비난했다. 유대인들은 2008년 대선에서 오바마에 대한 투표율이 78%에 달했을 정도로 오바마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오바마 대통령은 재선을 위한 표보다 중동평화라는 소신과 이에 따른 국익을 택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2009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아랍권에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연설을 했고 그 약속을 지켜야 했다. 최근엔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 시위 바람 탓에 미국은 기존의 외교 패러다임을 수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렸다. 대표적인 친미(親美) 중동평화파인 이집트의 독재자 호스니 무바라크는 이집트 국민들의 민주화 시위 결과 권좌에서 축출됐다.
게다가 9 · 11 테러세력인 알카에다의 소탕에 협조해온 예멘과 미국 제5함대 기지가 있는 바레인으로도 민주화 시위가 번졌다. 아랍권 민초들의 지지를 얻지 않고서는 앞으로 북아프리카와 중동에서 미국의 국익을 담보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개 국가가 공존하는 중동평화를 약속한 오바마였는데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지역을 계속 점령하면 아랍인들의 신뢰는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