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7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하면서 남부 지역을 순례한 것은 2001년과 2006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5년을 주기로 중국의 개혁 · 개방이 시작된 남부 지역을 찾은 셈이다.

김 위원장은 2001년 1월15일부터 닷새간 상하이와 베이징에 들러 장쩌민 당시 중국 국가주석,주룽지 총리와 회담했다. 중국 금융 · 정보통신산업의 심장인 상하이 푸둥지구를 찾아 증권거래소,소프트웨어 지구 및 인간게놈 연구센터 등을 둘러봤다. 그는 상하이의 첨단산업시설 현장에서 "상하이는 천지개벽했다. 상상을 초월하는 변모"라며 감탄했다.

그해 10월 북한의 경제 개혁 방안을 담은 '10 · 3담화'를 발표하는 등 이후 파격적인 경제개혁 정책을 내놨다. 담화에는 실적 실리 실력 등 '3실(實)주의'를 핵심으로 한 경제관리 개선 방침이 담겨 있었다. 북한 노동신문도 '신(新)사고'를 독려하며 거들었다. 2002년에는 임금과 물가를 현실화하고 독립채산제를 강조한 '7 · 1 경제관리 개선 조치'를 발표했다. 신의주와 금강산,개성이 경제개발특구로 지정된 것도 이즈음이다. 남북한은 개성공단 개발에 합의했다.

두 번째 남방 순례는 4차 방중 시기였던 2006년 1월10일부터 18일까지 8박9일 일정이었다. 방중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김 위원장은 중국 중 · 남부의 대표적 개방 지역인 광둥성의 광저우 선전 주하이와 후베이성 우한 우창 등을 둘러봤다. 북한식 개혁 및 개방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지만 실질적인 변화는 없었다. 북한 내 강경파를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중국 남부의 경제특구를 시찰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김 위원장의 과거 중국 방문은 모두 북한의 경제정책 변화로 이어졌지만 특별한 성과 없이 끝났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실패 원인에 대해 "김 위원장이 상하이 등 중국의 발전상에 자극을 받아 의욕적으로 개혁을 추진했지만 대외 개방이나 외국과의 협력 없이 독자 노선을 고집했다"고 지적했다.

과거 실패를 딛고 북한이 이번 방중을 통해 어떤 개방 행보를 보일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극심한 식량난 등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투자 유치 등 중국의 확실한 경제 협력을 받아낼 것"으로 내다봤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