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과 원자바오 중국 총리,간 나오토 일본 총리는 22일 동북아 3국 정상회의에서 북핵 문제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핵 폐기를 위해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라는 게 요지다. 6자회담보다 남북한 대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데도 의견을 같이했다.

조속한 시일 내에 비핵화가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한다는 데는 공감했지만 입장 차도 보였다. 이 대통령과 간 총리는 북한과 대화하기 전에 핵 폐기에 대한 북한의 의지를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반면 원 총리는 대화와 협상을 집중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가동은 (핵 확산을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조치를 정면으로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국제사회가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그릇된 메시지를 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국제사회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을 조속하게 좌절시키는 쪽으로 가지 않을 경우 북한의 핵 보유를 기정사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린 발언이다. 간 총리는 "6자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남북 대화에서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원 총리는 그러나 "중국도 농축 우라늄 문제를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면서도 대화의 중요성을 내세웠다. 그는 "현재 가장 중요한 것은 대화의 모멘텀을 보호하고 키우며,각측이 협상을 조속히 가동시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각종 양자 및 다자회담을 통해 6자회담 조건을 마련하고 대화와 협상의 길로 가자"며 "이게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는 최종 출구"라고 했다. 6자회담 이전에 남북 대화를 우선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북한의 '핵 선(先) 조치'보다는 '대화 우선'을 강조한 것이다.

도쿄=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