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와 이주영 정책위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야당의 논리에 따라가지 말라"고 강조했다고 한다. 새 원내지도부가 법인세 · 소득세 감세 철회,전 · 월세 부분상한제 도입 등 정책기조를 좌클릭하고 있는 건 잘못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인기가 떨어지고 사정이 어렵다고 해서 정책과 이념의 일관성을 버리고 엉뚱한 방향으로 가서는 안된다는 질책성 경고도 담겨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지금의 한나라당은 당을 개혁하겠다면서 민주당의 뒷발치만 쫓아가는 형국이다. 소장파 리더라고 주장하는 남경필 의원은 민주당의 보편적 복지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까지 펴고 있을 정도다. 정작 민주당이 낡은 진보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과는 거꾸로다. 더욱이 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복지재원을 위한 증세에 반대하며 민노당과는 확실히 선을 긋고 있다. 이런 판에 한나라당 새 지도부와 소장파는 복지재원 10조원을 만들겠다며 이미 약속된 감세까지 철회하려 들고 있다. 내년부터 시행키로 한 감세를 지금에 와서 포기하는 것은 사실상 증세와 마찬가지다. 민주당이 버리려는 독약을 한나라당은 되레 좋은 약이라며 집어삼키려고 드는 꼴이니 우왕좌왕도 유분수요,패배주의적 전략일 뿐이다.

중소기업과 중산층,서민들이 경제성장을 체감하는 실효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데에 이의가 있을 수 없다. 가계부채가 심각하고 중산층 가계마저 적자 전환이 속출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 마땅한 정책개발 역시 쉽지않은 게 사실이다. 서민의 살림살이를 개선하는 것은 민주당의 이념을 쫓아가고 과거 좌파정부가 폐기했던 방안까지 끄집어낸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닌 것이다. 철학의 빈곤이요,이념의 상실이며 상상력의 빈곤일 따름이다.

한나라당은 점차 민주당의 2중대가 돼가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이유부터 진지하게 고민해야 마땅하다. 정체성을 무시하고 손바닥 뒤집듯 정책 기조를 바꿔서야 어떻게 국민이 믿고 찍을 수 있겠는가. 짝퉁은 짝퉁일 뿐 결코 명품이 될 수 없다. 기왕에 포퓰리즘을 하려면 차라리 원조인 민주당이 좋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