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증권가는 요즘 한국 증시의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 선진지수 편입 여부에 관심이 쏠려 있다. MSCI지수는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MSCI바라가 운영하는 글로벌 주가지수다. 이 회사는 매년 6월 시장별 편입국가를 발표한다.

증권업계는 올해야말로 중국 태국 필리핀 등과 함께 신흥시장으로 분류된 한국이 선진시장으로 승격할 것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한국 증시의 위상으로 볼 때 선진시장으로 승격되지 못한 것 자체가 '미스터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시장규모 등에서 한국보다 훨씬 미약한 호주 홍콩 싱가포르 등은 벌써 선진시장에 이름을 올려 놓았다.

일부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MSCI 선진시장 편입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 증권사는 선진시장 편입 후 약 2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에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이런 낙관론이 퍼지면서 속이 까맣게 타들어 가는 곳이 있다. 지수 편입의 협상권을 쥔 한국거래소다. MSCI 측은 선진지수 편입의 전제조건으로 외환거래 자유화 등 규제완화와 코스피지수 사용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거래소는 "지수사용권은 MSCI 측의 상업적 이해와 관계 있을 뿐 선진시장의 편입조건이 될 수 없다"며 반대하고 있다. 거래소와 MSCI 측의 협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것으로 전해진다.

거래소가 지수사용권을 넘겨줄 수 없다고 버티는 데 대해 '자사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있다. 거래소가 지수사용권을 독점적으로 갖기 위해 세계 2200여개 기관투자가들이 추종하는 선진지수 편입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0조원의 외국인 자금이 추가로 유입되는 걸 막고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하지만 거래소의 지적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MSCI가 일본 닛케이225선물지수를 싱가포르에 상장하자 일본 증시의 유동성 3분의 1이 빠져나갔다는 게 거래소의 설명이다. 유입되는 외국인자금 못지않게 빠져 나가는 자금도 많을 것이란 얘기다. 여기에 더해 일개 투자회사의 지수에 편입되기 위해 외환거래제도까지 뜯어고치는 것은 말도 안된다는 게 거래소의 항변이다. 선진지수 편입의 득실을 꼼꼼히 따져볼 때다.

손성태 증권부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