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10월 부산 금정산에서 최초로 발생했다. 일본에서 들여온 원숭이 우리(운반상자)에 소나무재선충병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가 잠입,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소나무 해송 잣나무 등 소나무류에 1㎜ 내외의 실같이 생긴 선충이 목재 속으로 들어가 빠르게 증식하면서 나무조직 내 수분 및 양분 이동 통로를 막아 결국 말라 죽게 하는 병이다.

해충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 작고,병균으로 분류하기는 너무 커서 소나무재선충병이라는 중간 형태의 명칭이 붙여졌다.

소나무재선충병은 세계적으로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4개국과 미국 캐나다 멕시코 스페인 등 북미와 남미,유럽 5개국을 포함 9개국에서만 발생했다.

그러나 대부분 국가에서는 소나무가 전멸한 상태이며 방제 노력도 거의 포기한 상태다. 일본은 1905년 최초 발생 이후 현재 홋카이도를 제외한 전 지역이 소나무류 전멸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다. 1982년 난징에서 처음 발생했던 중국도 총 피해 면적이 8만㏊에 이를 정도로 손도 못댄 채 초토화됐다.

반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2013년까지 소나무재선충병 완전방제 성공' 목표를 눈앞에 두고 있어 세계 산림사에 새로운 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2008년 리스본 소나무재선충병 국제회의에서는 우리의 방제 정책과 기술이 발표돼 주목받았다. 뿐만 아니라 중국 대만 포르투갈 등에서 정책과 기술을 전수해 가는 등 우리나라는 이 분야의 세계적인 롤 모델국으로 부상하고 있다.


◆감염 경로와 생태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에 의해 감염된다. 솔수염하늘소는 자력 이동 능력이 없는 재선충을 살 만한 나무로 옮겨주고,재선충은 소나무를 고사케 해 솔수염하늘소의 산란처를 제공하는 특수 공생관계다.

매개충이 재선충에 감염돼 죽어가는 나무에 알을 낳고,알이 애벌레와 번데기 과정을 거쳐 우화할 시기에 재선충이 매개충의 몸에 붙는다. 솔수염하늘소 1마리당 평균 재선충 보유 수는 1만5000여마리에 달한다.

이후 재선충을 몸에 지니고 있는 매개충이 탈출해 건강한 소나무 새순을 갉아먹을 때 상처 부위를 통해 감염된다. 소나무 속으로 들어간 재선충 1쌍은 섭씨 25도 온도에서 20일 후 무려 20만마리에 달할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불어나 수액과 양분의 이동 통로를 막아 죽음에 이르게 한다. 감염된 소나무는 당해 연도에 80%가 고사하고,이듬해에 나머지 20%가 모두 죽는 고사율 100%의 무서운 병이다.

선충의 모양은 실 같은 원통형이다. 크기는 암컷 0.7~1㎜,수컷 0.6~0.8㎜로 암컷은 교미 후 80~100개의 알을 낳는다. 수명은 상온에서 약 35일이고,한 차례의 교미로 15~32일 동안 산란을 계속한 뒤 바로 죽는다.

◆솔수염하늘소 생활사

솔수염하늘소 성충은 적갈색을 띠며 몸체에 검은 점과 흰색 점이 섞여 있다. 성충의 크기는 암컷 20~30㎜,수컷 15~20㎜로 수컷 안테나의 길이가 암컷보다 길다. 자력으로 100m 내외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으나 태풍이 불면 최대 3㎞까지 날아가 번식한다.

평균 생존기간은 섭씨 25도 항온에서 70~100일 정도로 암컷이 수컷보다 수명이 길다. 성충은 입으로 소나무 수피를 물어뜯어 산란흔을 만들고 산란관을 꽂아 수피 안쪽에 알을 낳는다. 1일 평균 산란 수는 1~7개,평균 총 산란 수는 100여개이고 한 번 교미시 평균 7~8개의 알을 낳는다.

◆감염 현황 및 방제 성과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은 초기 대응을 잘해 2000년 이전까지는 부산 등 경남 해안 일부 지역만 피해를 입는 데 그쳤다.

그러나 방제활동이 다소 소홀한 틈을 타 2000년 이후 서서히 증가하기 시작,2005년에는 감염목이 56만6000그루에 달할 정도로 최고 극성기를 맞았다. 1997년 경남 함안과 2001년 경북 구미를 거쳐 2005년 강원 강릉 · 동해,2006년에는 수도권인 경기도 광주와 남양주 · 포천까지 전국 67개 시 · 군 · 구를 덮치며 폭넓게 퍼져 나갔다.

2000년 이후 소나무재선충병이 무서운 속도로 퍼지자 우리나라 소나무가 모두 죽을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우리 민족의 상징인 소나무를 살려야 한다는 국민적 성원에 힘입어 정부는 2005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특별법'을 제정했고,온 국민이 함께 총력 대응해 왔다. 덕분에 지난해에는 감염목 수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5년의 약 3% 수준인 1만6000그루에 그쳤고,소나무재선충병 청정구역이 24개 시 · 군 · 구로 늘어나는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