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56)이 마침내 검찰에 출두했다. 오리온그룹 비자금 의혹 수사가 최정점에 선 셈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3부(부장검사 이중희)는 23일 오전 담 회장을 비자금 조성 등 혐의에 따른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자정넘어서까지 조사했다. 이번 소환은 그룹의 '금고지기'로 불려온 조경민 전략담당 사장(53)을 구속 기소한 지 11일 만이다. 검찰은 이후 담 회장 소환에 대해 줄곧 "계획도 없고 통보하지도 않았다"며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왔다. 그러다 지난 20일 소환을 전격 통보했다.

◆위장 계열사 등으로 100억원 비자금 의혹

검찰은 이날 담 회장에 대해 100억원대의 비자금 조성 혐의를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부인 이화경 그룹 사장(55)과 함께 최측근인 조 사장 등을 통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고,조성된 자금을 유용(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 배임)한 혐의다. 검찰에 따르면 비자금의 원천은 오리온에 제과류 포장재 등을 납품하는 위장 계열사 아이팩과 오리온 땅을 매입한 부동산 시행사 이브이앤에이다.

아이팩은 전 대표 박모씨와 김 대표,동양창업투자 등이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등재돼 있으나,실제로는 동양창업투자 등 지분을 제외한 76.66%는 담 회장과 이 사장 소유인 차명지분으로 조사됐다. 아이팩은 박씨 명의의 급여를 서류상으로만 허위 지급하는 방법으로 2006년 7월부터 지난 3월까지 약 5년 동안 38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해 담 회장 등에게 전달했다. 아이팩은 오리온그룹의 홍콩 페이퍼컴퍼니인 PLI를 헐값으로 매각하는 과정에서 직원 신모씨가 20억원을 횡령했다. 검찰은 이 돈이 담 회장 측에게 흘러들어갔는지 여부도 집중 추궁했다.

담 회장은 서울 청담동에 있는 오리온 창고부지 등을 이브이앤에이에 실제 금액보다 낮은 가격으로 매도하는 것처럼 꾸미고 차액인 40억원을 돌려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브이앤에이는 서미갤러리에서 미술품을 구입하는 방법 등으로 돈세탁을 했고,서미갤러리는 해당 금액을 조 사장에게 송금했다. 검찰은 이 돈이 담 회장 측에게 전달됐는지에 대해서도 캐물었다.

◆비자금으로 그림 사 집에 걸었나

검찰은 담 회장의 자택에서 발견된 시가 100억원대의 그림에 대해서도 비자금 세탁과의 연관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이들 그림은 서미갤러리가 오리온 계열사에 판매한 미술품 리스트에 있어 회사 소유라는 게 검찰의 수사결과다.

검찰은 이날 밤늦게까지 담 회장을 강도높게 조사했다. 앞서 구속된 홍송원 서미갤러리 대표나 조 사장과의 대질심문은 없었다. 윤갑근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는 "추가 소환과 이 사장의 소환 여부는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