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마구 긁는 中ㆍ브라질…8년前 '한국 카드대란'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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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카드시장 급팽창
터키 발급건수 60배 급증
연체 늘자 뒤늦게 규제 강화
터키 발급건수 60배 급증
연체 늘자 뒤늦게 규제 강화
주요 신흥국의 신용카드 사용이 크게 늘고 있다. 소비 진작으로 경기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는 반면 무분별한 카드 발행은 신용경색이 올 경우 대출 부실로 이어져 글로벌 경제위기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감독 당국이 뒤늦게 각종 규제책을 내놓고 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란 지적이다.
◆4년 후면 신흥국이 점유율 역전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브라질의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누계 기준으로 1억5300만건을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해 5배 급증한 것이다. 국제 금융조사 업체 라퍼티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용카드 최다 발급 은행 10위권에 브라데스코 등 브라질 은행 3개가 포함됐다.
중국의 신용카드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5조1000억위안(867조원)으로 전년 대비 46% 급증했다. 지난해 터키의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4400만건으로 5년 사이에 60배 늘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카드 발급 실적도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신흥국이 전 세계 카드 시장 점유율에서 선진국을 제칠 전망이다. 국제 카드정보지 닐슨리포트는 2015년이면 전 세계 카드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점유율이 현재보다 17.2%포인트 증가한 43.7%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미국은 이 기간 11.8%포인트 하락한 27.8%로 떨어지고,유럽도 18.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이 같은 현상은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늘어나자 은행들이 이들을 고객으로 적극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 계층에 집중했던 신흥국 은행들이 중산층으로 영업 대상을 넓히고 발급 요건과 신용거래 기준을 완화한 결과란 것이다.
◆뒤늦게 규제 강화 서둘러
신흥국의 신용카드 시장이 고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올해 1분기에 6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 대금 규모는 전 분기보다 6.7% 증가한 80억위안(1조3000억원)에 달했다.
브라질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중소 은행 방코판아메리카노는 지난해 신용카드 연체율이 20%에 달해 파산할 뻔했다. 앤드루 프랭크 스토퍼 브라질 금융시장경영인협회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은행들이 대상을 확대해 저소득층에게도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들은 신용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채무를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FT는 브라질의 신용시장이 2003년 한국에서 발생한 카드채 사태와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부 국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는 신용카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은행이 카드 종류나 기능을 확대하려면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만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에게 카드를 발급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브라질도 지난해 발급 심사를 강화하고 시장 진입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베트남은 중앙은행 내 신용정보센터(CIC)의 감독 체제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CIC는 15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으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
◆4년 후면 신흥국이 점유율 역전
23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브라질의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누계 기준으로 1억5300만건을 기록했다. 10년 전에 비해 5배 급증한 것이다. 국제 금융조사 업체 라퍼티그룹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신용카드 최다 발급 은행 10위권에 브라데스코 등 브라질 은행 3개가 포함됐다.
중국의 신용카드 시장도 급팽창하고 있다. 중국인민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액은 5조1000억위안(867조원)으로 전년 대비 46% 급증했다. 지난해 터키의 신용카드 발급 건수는 4400만건으로 5년 사이에 60배 늘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카드 발급 실적도 전년 대비 10.7% 증가했다.
이에 따라 조만간 신흥국이 전 세계 카드 시장 점유율에서 선진국을 제칠 전망이다. 국제 카드정보지 닐슨리포트는 2015년이면 전 세계 카드 시장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점유율이 현재보다 17.2%포인트 증가한 43.7%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미국은 이 기간 11.8%포인트 하락한 27.8%로 떨어지고,유럽도 18.2%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FT는 이 같은 현상은 신흥국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면서 중산층이 늘어나자 은행들이 이들을 고객으로 적극 유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 계층에 집중했던 신흥국 은행들이 중산층으로 영업 대상을 넓히고 발급 요건과 신용거래 기준을 완화한 결과란 것이다.
◆뒤늦게 규제 강화 서둘러
신흥국의 신용카드 시장이 고성장하면서 부작용도 커지고 있다. 중국에서 올해 1분기에 6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 대금 규모는 전 분기보다 6.7% 증가한 80억위안(1조3000억원)에 달했다.
브라질의 상황도 만만치 않다. 중소 은행 방코판아메리카노는 지난해 신용카드 연체율이 20%에 달해 파산할 뻔했다. 앤드루 프랭크 스토퍼 브라질 금융시장경영인협회 회장은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질 은행들이 대상을 확대해 저소득층에게도 신용카드를 무분별하게 발급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그들은 신용시장에 대한 이해도 부족하고 채무를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FT는 브라질의 신용시장이 2003년 한국에서 발생한 카드채 사태와 비슷한 위기를 겪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일부 국가는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중국 은행업감독관리위원회는 신용카드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기구를 설립하기로 했다. 은행이 카드 종류나 기능을 확대하려면 사전에 신고하도록 하고,만 18세 이하의 미성년자에게 카드를 발급하지 못하게 하는 규정도 만들었다. 브라질도 지난해 발급 심사를 강화하고 시장 진입시 허가를 받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베트남은 중앙은행 내 신용정보센터(CIC)의 감독 체제를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CIC는 15년 전부터 운영되고 있으나 제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김희경 기자 h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