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이 외부세력에 의해 경주 발레오 사태와 같은 극한 노동투쟁의 장으로 변질되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

노동조합으로부터 2년 연속 무분규 임금협상을 위임받게 된 경북 경주의 발레오전장시스템스코리아의 강기봉 대표는 23일 "유성기업 사태가 지난해 111일간 최악의 노사분규를 겪은 발레오와 너무나 닮은 꼴로 발전하고 있다"며 이같이 걱정했다. 경주 발레오는 현대 · 기아차에 교류발전기와 시동모터를 납품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초 경비원의 외주화를 놓고 노조가 불법 파업과 태업 등을 벌이자 회사 정상경영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 따라 직장폐쇄에 들어가는 초강수를 뒀다. 이에 맞서 금속노조가 경주지역 22개 부품업체 노조와 연대투쟁에 나서면서 노사갈등은 악화됐다.

강 대표는 철저히 원칙으로 맞섰고 직장폐쇄 98일 만인 지난해 5월 일반 노조원들이 금속노조와 강성 지도부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최악의 분규 사태는 일단락됐다. 당시 조합원들은 투표에서 95.2%가 금속노조 탈퇴에 찬성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산하 지회 중 노조원 수가 600여명으로 최대 규모인 발레오의 일반 노조원들이 회사와의 상생을 선택하면서 경주지역의 같은 부품업체인 광진상공도 금속노조를 탈퇴하는 등 조직력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어야 했다.

발레오전장 노조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협약을 회사 측에 위임하기로 결정짓고 25일 위임식을 갖는다. 정홍섭 노조 위원장은 "노사분규 이후 상생의 노사관계가 얼마나 값진지 조합원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면서 "미래성장 동력확보를 위해 회사가 모든 역량을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강 대표는 신규 투자 확대와 신제품 도입을 통한 일자리 확보로 노조에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상생의 노사관계로 탈바꿈한 후 매출이 1년 전보다 1100억원 늘어난 4150억원에 달했고 당기순이익도 창사 이래 최대인 180억원 이상 흑자를 기록했다.

경주=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