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본동에서 10년 동안 49.5㎡(약 15평) 규모의 슈퍼를 운영해오던 이영숙 씨(60)는 최근 편의점으로 업태를 바꿨다. 30m 거리가 채 안되는 곳에 기업형 슈퍼마켓(SSM)이 들어서면서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진 탓이다. 이씨는 "SSM이 생기고선 하루에 100만원을 못 벌 때도 있었다"며 "편의점으로 바꾼 뒤에는 매출이 50% 이상 뛰었다"고 말했다.

올 들어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동네슈퍼가 크게 늘고 있다. SSM의 골목상권 진출이 가속화되고 대형마트의 할인 경쟁이 치열해지는 등 유통환경이 바뀌면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한 자구책이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훼미리마트는 올 들어 4월 말까지 136개의 동네슈퍼와 가맹계약을 맺었다. 올 1~4월 전체 신규 점포(440개)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개였던 것과 비교하면 62.5% 증가했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이 지원하는 스마트숍인 '나들가게'에서 편의점으로 바꾼 점포도 7곳에 이른다"고 전했다.

세븐일레븐도 올 들어 93개의 동네슈퍼를 가맹점으로 끌어들였다. 지난해 같은 기간 52개였던 데 비해 53% 늘어났다. 지난해 1~4월 105개 동네슈퍼를 가맹점으로 유치한 GS25는 올해 46.1% 증가한 228개 슈퍼를 가맹점으로 받았다.

이처럼 편의점으로 바꾸는 동네슈퍼들이 늘고 있는 것은 대형마트 SSM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것이란 지적이다. 편의점이 소비자들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매장 인테리어 변화,상품 구색 다양화 등을 통해 고객층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경기도 안양시 관양2동에서 지난 8년 동안 99.1㎡(약 30평) 규모의 슈퍼를 운영하다 최근 편의점으로 바꾼 지문현 씨(56)는 "20~30대 손님이 2배 이상 늘면서 하루 매출이 예전의 80만~90만원에서 150만~160만원으로 50% 정도 증가했다"고 말했다.

편의점 업체들도 동네슈퍼를 대상으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훼미리마트 관계자는 "소매점에 대한 전환 영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다"며 "상품 구색에서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전환하는 슈퍼들이 늘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전국에 슈퍼 수가 약 8만개인 만큼 전환 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점포개발 직원이 담당하는 지역 내 슈퍼를 대상으로 입지상권을 분석해 전환 타당성이 있는 점포에 대해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편의점으로 전환하면 보통 가맹금 700만원과 초기 상품준비금 1400만원 정도를 내고,매월 이익금의 30~40%를 편의점 본사에 내야 한다.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깨끗한 환경과 브랜드 인지도에 대한 기대 때문에 편의점으로 바꾸는 것으로 보인다"며 "가맹이익금을 지불하고 계약기간 중 전 품목을 본사로부터 공급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