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조정이 길어지면서 수억원대의 여유자금을 적립식으로 나눠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들이 늘고 있다.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분할매수펀드 가입도 증가하고 있다. 이른바 '쪼개서 투자하기'로 시장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주요 은행 및 증권사 프라이빗뱅킹(PB) 센터장들은 통상 '적립식'은 고액 자산가들의 투자 방식이 아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금을 나눠 투자하려는 고객이 늘고 있다고 최근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를 전했다. PB고객들은 또 주식 등 위험자산에 투자한 금액 가운데 일부를 떼어 내 안전자산으로 옮기는 '포트폴리오 재구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분할 매수로 리스크 관리

"한 달에 1억원씩 6개월간 적립식으로 투자할 수 있는 압축형 펀드에 가입하려고요. "

증시가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돌입하기 전인 지난달 말.서울 강남의 한 증권사 PB센터를 찾은 60대 고객은 15~30개 종목에 집중 투자해 고수익을 추구하는 압축형 펀드상품에 적립식으로 투자하고 싶다며 적당한 상품을 추천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고객의 상담을 맡은 PB팀장은 처음엔 '의아하다'고 생각했다. 수억원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그러나 압축형 투자로 인한 고수익과 분할매수를 통한 리스크 관리 효과를 동시에 노린 이 투자자의 선택은 요즘 같은 조정장에서 예금금리 이상의 연 수익을 올리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일선 PB센터에서는 이처럼 수억원대 자금을 적립식으로 투자하는 고액 자산가가 최근 눈에 띄게 늘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최근 금융투자상품 판매에 가장 힘을 많이 쏟고 있는 삼성증권의 경우 적립식 펀드 신규가입 계좌 수가 지난달에는 1350개에 불과했지만 이달 들어선 지난 20일까지 2950개로 늘어났다.

◆위험자산 투자 비중 줄여

금융자산 포트폴리오는 통상 △주식 펀드 등 위험자산 △예금 채권 등 안전자산 △주가연계증권(ELS) 등 대체투자 등으로 나뉜다. 부자들은 최근 위험자산 투자금액의 일부를 떼어 내 안전자산이나 대체투자 쪽으로 옮기고 있다. 조정장이 길어질 것에 대비해 리스크 관리형 포트폴리오로 전환하는 것이다.

조재홍 한국투자증권 강남PB센터장은 "고객들의 위험자산 비중이 지난달엔 평균적으로 전체 금융자산의 절반 수준이었지만 이달 들어 40% 안팎 수준으로 낮아졌다"며 "조정장에서 안전자산의 투자 비중을 알아서 늘리는 자문형 랩 비중이 높아지는 추세"라고 전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