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이 1978년 경북 왜관 지역 미군기지 캠프 캐롤 내 오염 물질을 매립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인정했다. 그러나 매립 물질이 고엽제인지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또 매립 1년 후에 해당 물질들을 다른 곳으로 반출했다고 언급했지만 옮긴 곳이 한국 밖인지는 알지 못한다고 밝혀 또 다른 논란을 불러 일으킬 전망이다.

◆1978년에 오염물질 매립한 건 사실

존 D 존슨 미8군 사령관은 "1978년 캠프 캐롤 내에 화학 물질,살충제,제초제와 솔벤트 용액이 담긴 많은 양의 드럼통을 매립했다는 기록을 찾아냈다"고 23일 공식 발표했다. 관련 기록은 1992년 미 육군 공병단의 연구 보고서에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사령관은 "발견한 기록과 언론에서 보도한 주장이 일치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1978년에 특정 물질을 매립한 기록이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폭스 미8군기지관리사령관(준장)도 이날 캠프 캐롤에서 가진 고엽제 매립 민관공동조사단 현장 브리핑에서 "반출 목록 기록에는 고엽제가 없었다"며 "그러나 고엽제가 전혀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조사 중"이라고 여지를 남겼다.

◆반출된 곳은 확인되지 않아

폭스 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978년 캠프 캐롤 내 화학물질을 저장하던 41구역에서 살화학물질과 오염 토양을 기지 내 헬기장 부근 D구역으로 옮겨 묻었다"며 "1980년에는 다시 그 오염 물질과 토양을 모두 파내 반출했다"고 말했다. 당시 처리된 물질의 양은 40~60t이다.

그는 "기지 내 오염 물질 반출은 통상적으로 미국으로 가져가지만 당시 반출이 한국 밖으로 이뤄졌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한국 내 다른 미군 기지에 매립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국과 공동으로 대책 마련

폭스 준장에 따르면 2004년 토양 샘플 조사에서 지하투과레이더(지면 내부를 관찰할 수 있는 레이더)를 사용,해당 지역 주변에 13개의 시추공(조사용 구멍)이 만들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12개의 시추공에서 나온 샘플에선 고엽제에 포함돼 있는 다이옥신이 검출되지 않았다. 13번째 시추공에서 다이옥신이 일부 검출됐지만 건강에 해를 끼치지 않을 정도로 미량이었다고 폭스 준장은 전했다.

폭스 준장은 "우선 정확한 매립 장소를 확인한 뒤 한국군과 공동으로 투명하게 대책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관 조사단을 이끌고 있는 이호중 환경부 토양지하수과장도 "미군 측의 브리핑과 한국에 건네준 자료들을 검토하고 전문가들과 논의해 구체적인 조사계획을 세울 방침"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