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입장벽 높여 안전성 확보에 주력
정부의 헤지펀드 도입 방안은 초기 시장 안전성 확보에 방점이 찍혔다. 개인투자자들의 최소가입한도를 5억~10억원으로 높인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초기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1억원 안팎으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지만 금융위원회는 보수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다.
금융위의 요청을 받고 한국형 헤지펀드 도입 방향을 설계한 자본시장연구원의 김재칠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투자전문회사(PEF)의 한도가 개인 10억원,법인 20억원인 점을 감안했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개인은 헤지펀드에 자신의 돈을 '몰빵'하기 힘들기 때문에 만약 최소가입액이 5억원 선으로 정해진다면 금융자산 25억원을 웃도는 자산가들이 가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운용 회사도 자기자본을 40억~80억원으로 높게 정했다. 여기에다 자산운용사는 '사모펀드 수탁액 2조~4조원 이상' 요건이 추가된다. 투자자문사는 일임계약 2500억~5000억원 이상이어야 참여할 수 있다. 증권사는 자기자본 5000억~1조원 사이에서 진입 요건이 결정될 예정이다. 다만 증권사는 이해 상충 방지와 시장 위험 완화를 위해 프라임브로커 업무와 헤지펀드 운용 중 하나만 선택할 수 있다. 프라임브로커란 헤지펀드 운용사에 증권과 자금을 대여하고 매매주문을 수행하는 등의 종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를 말한다. 또 외국계 운용사는 해외에서의 헤지펀드 운용 경험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헤지펀드 육성 의지 내비쳐
정부는 투자자 보호를 위한 직 · 간접 규제도 촘촘히 만들기로 했다. 차입 · 파생상품의 한도 및 출처,투자자산별 익스포저를 금융당국에 보고하도록 의무화했다.
이처럼 제약이 많아 보이지만 금융위가 헤지펀드 산업 육성에 강한 의지를 가졌다는 점을 곳곳에서 읽을 수 있다. 도입 시기를 앞당긴 점이 대표적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김석동 위원장이 헤지펀드 도입을 '투자상품 라인업'의 완성으로 보고 서두를 것을 주문하고 있다"고 전했다. 똑똑한 전문투자자,고도의 운용능력자,대규모 금융투자회사 등의 인프라가 없으면 안 되는 만큼 헤지펀드를 금융시장 업그레이드를 위해 꼭 필요한 상품으로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위원장은 최근 "저축은행 문제 등으로 어수선하지만 헤지펀드와 대형 투자은행(IB)의 출현이 조만간 가능하도록 정책 수단을 동원할 생각"이라고 말해 헤지펀드 도입을 자본시장 선진화의 과정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백광엽 기자 kecor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