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톤링을 만드는 자동차 부품업체 유성기업의 불법 파업 현장에 23일 강성 노동세력이 대거 집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뿐만 아니라 민노총 현장조직인 노동전선,사노위(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추진위원회) 세력을 비롯해 발레오공조 해고자 등이 공장 점거에 가담하고 있는 것으로 관계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서플라이체인(부품 공급망)을 볼모로 삼아 자동차산업을 흔들고 올 춘투와 복수노조 협상에서 기선을 잡으려는 시도인 것으로 관계 당국은 보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불법 파업 사태가 장기화하면 자동차산업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조만간 공권력을 투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불법 파업에 따른 손실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유성기업으로부터 피스톤링의 70%를 공급받는 현대 · 기아자동차의 일부 생산라인은 정상 가동을 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사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24일이나 25일부터 일부 소형 승용차를 제외한 현대 · 기아차 생산라인 대부분이 멈출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파업이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현대 · 기아차 4만대를 비롯해 국내 5대 완성차 업체의 생산 차질은 총 5만대가량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량 1대 가격을 2000만원으로 가정하면 1조원 규모의 손실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조철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완성차 업체가 라인을 멈추면 협력업체들도 연쇄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피해 규모는 더욱 불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1,2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이날 유성기업 아산공장을 방문,"유성기업이 부품을 생산하지 않으면 5000여 협력사 또한 연쇄적인 생산 중단을 빚을 수밖에 없다"며 노조에 대화와 타협을 요구한 것도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사노위,노동전선 등 강성 노동세력의 공장 점거에 대해 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노조의 파업을 누가 이해하겠느냐"며 "정부는 즉각 공권력을 투입해 불법 파업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의는 "유성기업 노조가 회사의 정당한 직장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생산시설을 점거해 농성을 벌이고 있는 것은 명백한 불법 파업"이라며 "노조가 완성차 업체도 시행하지 않는 주간 2교대제와 월급제 시행을 요구하는 것은 무리한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아산=최진석/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