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슬아슬하다 못해 아찔하다. 계단을 오르거나 버스를 탈 때,지하철에 앉아 있을 땐 민망하다 못해 눈 둘 곳을 찾기 어렵다. '하의 실종'패션 열풍 탓이다. 하의 실종 패션이란 스커트나 반바지가 짧아 윗옷이 길면 하의를 입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스타일을 말한다.

서울 명동이나 강남역 주변 등 번화가에서 비슷한 차림이 5%면 유행,10%면 대유행이라니까 지금은 대유행을 넘어 대대유행 상태다. 길이가 30㎝ 미만이면 초미니라는데 요즘 시판되는 건 24~25㎝고 개중엔 22㎝ 짜리도 있다고 한다. 치마(바지) 길이가 겨우 한 뼘인 셈이다.

원피스도 마찬가지.블라우스인지 원피스인지 구분하기 힘들다. 날씨가 더워지면서 레깅스나 스타킹 없이 맨살 그대로 다니는 통에 허벅지인지 엉덩이인지 모를 부분까지 드러난다. 걸그룹 등 연예인들이 만들어낸 이 스타일의 확산 이유는 간단하다. 치마(바지)가 짧아야 다리가 길고 날씬해 보인다는 것이다.

스타일을 위해 노출에 따른 불편함은 감수한다는 얘기다. 유행은 20대에 그치지 않고 10대 중 · 고생에게까지 번졌다. 기껏해야 무릎이 보일 만큼 올려 입던 교복 치마를 초미니 상태로 줄이는 것.학교마다 교복 변형을 금지하고 있지만 워낙 일반화된데다 학생 인권 운운하는 통에 단속을 포기하다시피 했다는 실정이다.

치마가 짧아 학생은 학생대로 불편하고 교사는 교사대로 시선 처리가 곤란한 지경에 처하자 책상 교체 시기가 된 남녀공학 고교에선 가림판 달린 책상으로 교체하고,강원도 교육청에선 아예 8억2000여 만원을 들여 도내 책상 5만521개에 가림판을 설치하겠다고 나섰다.

하의 실종 덕에 가구업체가 때아닌 수요를 만난 것이다. 모근제거기와 각종 제모용품 판매가 급증하고, 착용한 표시가 덜 나는 기능성 속옷이 등장했는가 하면 늘씬한 다리를 만들기 위해 병원을 찾는 사람도 늘어났다는 소식이다.

그러나 수술은 어떤 것이든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고,지나친 노출은 선정적으로 보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22㎝짜리 치마는 무대의상이다. 유행도 좋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보통 여성에게 하의 실종 패션은 버거울 수 있다. 학생은 더하다. 누가 뭐래도 짧은 게 좋다면 주위의 과도한 시선을 막을 수 있는 손수건이나 보자기 한 장쯤은 지니고 다닐 일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